철강업계, EU탄소세 도입 대응 '발등의 불'…신사업 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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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EU탄소세 도입 대응 '발등의 불'…신사업 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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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장용준 기자 | 철강업계가 연초부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으로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철강업계와 학계·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 대응 작업반'을 출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용광로) 중심의 철강 생산 비율을 전기로 중심으로 전환하고 철강업 탄소 절감 등 친환경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철강업계와 학계·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 대응 작업반'을 출범시켰다.

CBAM은 고탄소 수입품에 추가 관세 등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당장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에 적용된다.

올해 10월부터 2025년까지는 배출량 보고 의무가 부과되고, 2026년부터 CBAM 인증서 구매 의무까지 추가된다.

산업부 측은 "작업반은 EU의 CBAM 도입 등 글로벌 탄소 규제가 심화하고 있어 철강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와 산·학·연이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됐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부가 발표한 2021년 규제 품목의 유럽 수출액은 철강 43억달러, 알루미늄 5억달러, 시멘트 140만달러, 비료 480만달러로 철강의 비중이 높아 업계가 직접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EU의 탄소 규제가 수출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정부가 탄소배출 검·인증,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등 정책 지원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위기의식 속에 출범한 작업반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을 작업반장을 맡고 철강협회, 무역협회, 포스코, 현대제철 등 업계와 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 및 학계가 참가한다. EU CBAM뿐만 아니라 미국-EU간 철강‧알루미늄 글로벌 협정(GSSA)과 같이 철강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탄소규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로 효율향상, 수소환원제철 기초 설계 등 2097억원 규모의 기술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고난을 겪은 철강업계는 올해도 상반기까지는 경기침체 등을 견디고 하반기 대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탈 탄소 친환경'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중요한 숙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업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 법안은 2024년 1월 1일 시행이 예정돼 있다. 폐기물관리법상 규제를 받아 수집과 운반·보관·재활용에 제한이 있던 고철(철스크랩)은 별도절차 없이 순환자원으로 지정됐다.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철스크랩의 국내 자급률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산 고철은 국내산에 비해 대체로 품질이 낮아 가공에 비용이 더 들고, 탄소배출량도 더 많기 때문이다. 철스크랩의 국내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조원가량으로 국내 자급률은 80%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은 철광석 등의 주원료를 100%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철스크랩은 순환자원이랄 수 있는 데다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며 "정부도 이에 주목해 규제 완화와 더불어 고로에 집중되던 철강 생산을 전기로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를 분석해 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생산량은 총 7042만톤으로 이중 고로 방식 생산량은 4803만톤(68.2%)인데 반해 전기로 방식은 2239만톤(31.8%)에 머물렀다. 이는 고로 방식이 고품질 철강 생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로 방식이 철스크랩을 사용하는 전기로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이 4배 더 많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철스크랩이 철강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대 철강사(포스코, 현대제철)가 국내 철강업계 탄소 중 90% 이상을 배출하고 있는 데다 고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에 업계 선두 포스코그룹은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2차 전지 소재 사업을 신사업으로 삼아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오는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철광석으로부터 철을 생산할 때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기술) 핵심기술 '하이렉스(HyREX)'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포항에서 완공될 예정인 연간 1만6000톤 규모의 인조 흑연 음극재 공장 건설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제철도 오는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 체제 확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속에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계인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했다.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과 발맞춰 자동차 소재 전문 브랜드 'H솔루션'을 내놓고 친환경차 강판 개발 등 자동차용 소재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제철의 전기차용 '핫스탬핑강'은 일반 강판 대비 강도는 20% 높지만 무게는 10% 가량 가볍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양대 철강사들이 수소 기반 철강 생산 체제 확립에 나서는 동안 다른 철강사들도 지주사를 줌심으로 한 친환경 먹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 상반기 안에 지주사 '동국홀딩스'를 출범하고 신설 법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가칭)을 분리해 각각 열연과 냉연 사업에 집중하게 한다는 계획을 진행중이다. 동국씨엠의 주력이자 고부가가치 상품인 컬러강판 사업 확대와 바이오매스 활용 친환경 컬러강판 상업화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세아그룹은 해외법인에서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인 '모노파일'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세아베스틸이 완성차 업체와 함께 고강도 특수강 소재를 개발·생산하면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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