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 부실난방 '얼음골'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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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 부실난방 '얼음골'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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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시행… 11℃→ 23℃로 올리는데 24시간 엉터리공사 호소


 


"수 억원대 아파트면 뭐합니까? 방이 '냉골'인데......"
 

서울시 은평뉴타운 아파트 상당수 세대가 '부실난방' 고충을 호소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시행사인 SH공사를 비롯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시공사들은 입주민들의 불편해소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나 '원성'은 장시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지역난방시스템'을 통째로 바꿀 수 없는 탓이다.  

◆ "11℃에서 23℃로 가는데 24시간 이상" 

다가구주택에 살다 은평뉴타운에 지난 6월 입주한 A씨는 최근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보일러를 가동했다.  

그런데 한시간 이상 보일러를 가동했음에도 실내온도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A씨는 가동시간 부족을 원인으로 여겼다. 오산이었다.  

만 하루를 넘긴 시점에서야 겨우 실내온도가 영상 23도(이전 영상 11도)를 가리켰을 뿐이었다. A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시공사 측에 난방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항의했다.  

이에 돌아온 답변은 뜻밖이었다. 은평뉴타운이 지역난방으로 애초에 설계돼 있었고, 난방효과 측면에서 개별난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것이었다.  

'도시가스보일러'가 설치된, 즉 개별난방 환경에서 살던 A씨 입장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난방방식이 다르다고 해도 이정도의 온도차가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평뉴타운 입주자들이 운영하는 '은진마을', '상림마당'과 같은 다수의 인터넷 동호회에서는 A씨와 같은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일부에서는 난방불만관련 설문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은평뉴타운 입주는 지난 6월로 1년(1지구 입주 기준)을 갓 넘어섰다. 입주자들이 시차를 두고 각기 입주함을 감안했을 때 올해 은평뉴타운에서 첫 겨울을 맞이한 입주민들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계절적 특성에 따른 아파트 하자 및 또는 구조적 결함이 잠복해 있다가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번에 불거진 단열문제도 그 중 하나다. 다만 시행사나 시공사,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몰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은평뉴타운의 경우 SH공사가 아파트 도면설계와 시행을, 현대산업개발(아이파크), 대우건설(푸르지오), 롯데건설(롯데캐슬) 등이 시공을 맡았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 건설회사에서 담당한 '턴키방식'이 아니다.  

설계오류 또는 부실시공이 명백히 적발되지 않는 이상에야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 입주 이전 '뜨끈뜨끈한 아랫목' 생활을 하던 사람들의 경우 지역난방의 특성이랄수 있는 미지근한 방바닥은 '냉골'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별로 체감차가 크다는 것. 설계오류와 부실시공에 이를 대입하기 힘들다.  

입주자가 사전 꼼꼼한 체크를 통해 지역난방과 관련한 정황을 인지, 입주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한 입주자가 인터넷 동호회에 올린 단열재 미시공 사진

 

◆ "설계초기 한국인 생활문화 반영했는가?" 

그렇다고 시행사나 시공사 측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  

'온돌'을 중심으로한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시행사인 SH공사가 설계초기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느냐, 또한 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시공사들이 일부 복층형세대의 단열을 고려했느냐 하는 점이다.  

입주민 B씨는 "방바닥에 이불을 펴고 자는 데 익숙한 한국인들의 습성상 한겨울 따근한 아랫목 찾는 것을 탓할 순 없다"며 "설계초기에 (한국인들의 습성이) 누락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입주민 C씨는 "복층세대 입주자들이 시공사에 민원을 제기해 뒤늦게 복층 창호보강 공사에 들어갔다"며 "이미 매서운 추위가 닥친 상황이라 사후 약방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사와 시공사 양측은 모두 입주자들의 불만을 없애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데 입을 모았다.  

SH공사 관계자는 "하자보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상태고 여기에서 (아파트) 하자관리를 전담하고 있다"며 "TF팀에 하자내용이 접수되면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SH공사의 설계도대로 시공했고 여기에 문제는 없다"며 "입주민들의 불만이 소수 있어 하자보수팀을 현장(은평뉴타운)에 파견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다른 시공사 관계자는 "지역난방으로 인한 불만이 많은데 이는 개별수리를 통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별난방과 비교해 장단점이 있는 만큼 무조건 (지역난방이)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기자 edgenews@naver.com  

♦지역난방시스템= 온돌방처럼 방바닥을 뜨겁게 데우는 것이 아닌 방 온도만 훈훈하게 유지된다. 개별난방에 비해 유지비가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난방공사에서 고온의 난방수를 각 아파트 단지에 공급, 아파트 단지 내에서 그 물을 중화시켜 세대로 난방수를 유입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시스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평뉴타운의 경우 쓰레기 이송소각 일괄처리시스템을 갖고 있다. 아파트 1층에 있는 쓰레기 투입구에 쓰레기를 넣으면 지하에 매설된 수송관로로 자동으로 소각시설까지 수거된다. 이때 발생하는 열을 지구내 난방열원으로 재활용, 관리비 절감의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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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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