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 측과 대우건설 재매각 방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공개 매각과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한 인수 등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확정해 추진키로 했다.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원활히 매각하고 재무개선 약정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면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겠지만 자구계획 이행에 실패하면 다른 계열사를 추가로 내놔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공개 매각-PEF 인수 중 선택
채권단은 당초 대우건설의 공개 매각을 먼저 추진한 뒤 실패하면 사모주식펀드(PEF)를 조성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가 둘 중 하나의 방안을 선택해 일사불란하게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간상으로 올해 말 풋백옵션 행사 때까지 6개월, 차액 지급 완료 시점까지 1년밖에 남지 않아 공개 매각과 PEF 인수 방안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이란 금호아시아나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5천억 원 정도를 지원받는 대신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천500원을 밑돌면 이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 계약을 말한다. 풋백옵션 행사 시기는 올해 말로 예정돼 있고 금호는 내년 6월까지 보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시장 공개 매각과 PEF 인수 방안을 모두 시도해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조만간 두 가지 방안 중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선택해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호 측이 이제 와서 욕심을 내거나 시간을 끌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며 "금호는 시장에 가급적 빨리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공개 매각 쉽지 않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의 공개 매각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외 경기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건설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LG와 포스코, 롯데, 효성 등의 그룹들이 4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대우건설 인수에 선뜻 나설지 미지수인 데다, 일정 기한 내에 공개 매각 절차를 끝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과 경기 여건에서 과연 대우건설을 단독으로 사들일 인수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애초 금호 측에 제안한 PEF를 조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해주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금호 측이 대우건설을 완전 계열 분리해 PEF에 넘기되 나중에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갖는 것이다. 산은은 또 시가에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추후 재매각 때 차익이 생기면 금호 측에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당분간 채권단은 최대한 금호를 설득해 PEF 조성해 대우건설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쪽으로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 유동성 위기 벗어날까
그러나 대우건설 매각만으로 금호가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것인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가 대우건설의 풋백옵션 행사로 인한 손실 등을 해결하려면 4조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금호가 대우건설 매각, 재무개선약정에 포함된 다른 계열사와 자산 등의 매각을 완료해야 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주가가 1만3천 원 수준인 대우건설을 매각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3조 원 내외에 불과하다. 금호 측은 추가로 금호생명과 서울고속터미널 지분, 사회간접자본(SOC)투자 자산 등을 매각해 1조 원 이상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호생명 매각 작업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칸서스자산운용이 지난주까지 금호생명에 대한 실사를 마쳤고 조만간 인수 가격을 제안할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호와 칸서스자산운용이 생각하는 조건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칸서스자산운용이 자금을 얼마나 조달하느냐에 따라 구주와 신주 구성 비율과 구주 인수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에 대해서는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 올해 말 만기도래하는 1조5천억 원의 회사채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그러나 금호가 약정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추가 자구노력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 경우 시장에서는 금호가 작년에 인수한 대한통운도 매물로 내놔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채권단은 그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은 재무개선 약정 내용 외에 다른 계열사 매각 등의 추가 자구노력을 요구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현재로선 금호가 대우건설 매각과 기존 재무개선 약정 계획을 원활하게 이행토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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