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 한성컴퓨터 등 노트북을 취급하는 일부 업체들이 무상교환 및 품질보증기간에 대한 자체규정을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판매된 노트북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들 업체들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자체규정을 우선 순위에 놓는 탓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
저렴한 가격과 상품의 질을 믿고 이들 중소업체 제품을 선택했던 소비자들은 도리어 낭패를 봤다며 울상짓고 있다.
#사례1 = 삼보컴퓨터에서 판매하는 노트북을 1년 6개월 정도 사용한 이모씨는 메인보드 결함으로 인해 수리를 받았다. 하지만 수리를 받은 지 1주일 만에 동일한 문제가 발견됐고 이후 이씨는 메인보드를 5차례나 교체 받았다.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씨는 업체 측에 무상교환을 요구했다. 이에 삼보컴퓨터 측은 해당 제품이 단종됐다는 설명과 함께 추가비용을 부담하면 상위모델로 교환해 주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씨는 업체측 사정으로 인해 추가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제품을 교체할 수 없다고 판단, 이를 거부했다.
#사례2 = 전모씨는 한성컴퓨터 노트북을 사용하던 중 음성지원 기능이 고장나 수리를 의뢰했다. 수리기사는 제품을 확인한 뒤 "메인보드를 교체해야 한다"며 수리비 25만원을 청구했다.
메인보드 무상 품질보증기간이 3년인 것으로 알고 있던 전 씨는 의아했다. 노트북을 구입한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씨는 항의했다. 그러나 한성컴퓨터 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사 무상품질보증기간은 1년임을 재차 강조했다.
◆ "소비자에게 부담을 키운다" 비난 직면
앞서 언급된 사례와 관련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내부 규정에 따라 제품의 감가상각비용 등을 고려해 일정금액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조건하에 상위제품으로의 교환을 제안한 것"이라며 "노트북의 경우 하루만 사용해도 '중고'가 되기 때문에 감가상각비용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대목. 제품결함이 발견됐음에도 상위모델로 교환해준다는 이유를 들며 소비자에게 추가비용을 부담케 하는것은 불합리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간단한 인터넷 작업을 주용도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고사양 제품은 딱히 필요치 않다. 이씨 사례역시 현재 사용중인 제품의 성능상 불만을 내세운 것이 아닌 추가비용없는 수리를 요구하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내부사정, 즉 재고물량 부족으로 인해 이씨는 예정에 없는 재정적 지출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키운다"는 비난에서 삼보컴퓨터가 자유롭지 못한 대목이다.
한성컴퓨터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무상품질보증기간이 1년임을 공지하고 있다"며 "판매 할 때는 품질보증기간에 대한 안내는 따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매 할 때 각각의 품질보증기간에 대해 안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회사마다 보상규정이 다를 뿐 더러 타 업체와 비교해도 1년의 무상품질보증기간은 짧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관계자의 발언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 "업체 측에 품질보증기간 2~3년 요구 가능"
소비자분쟁해결기준(2009년 개정)에 따르면 개인컴퓨터 메인보드의 품질보증기간은 2년이다. 전씨가 노트북을 구입한 2008년 당시기준으로는 그보다 긴 3년이었다.
더욱이 업체 측이 품질보증기간 공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비교했을 때 (업체들의 주장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이라고 우선 밝혔다.
특히 그는 "내부 규정상 품질보증기간이 1년이라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미리 고지하고 동의를 얻었으면 내부 기준이 우선 적용 될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 않은 경우 이는 업체 측의 주장일 뿐이며 업체 측에 품질보증기간 2년 또는 3년을 요구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최미혜 기자 lmisonar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