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CEO 급증… 제2금융권은 무려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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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집권 CEO 급증… 제2금융권은 무려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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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집권하는 금융회사 대표이사(CEO)들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에서 20년째 재직하는 최고경영자가 등장했고, 심지어 제2금융권에선 40년 가까이 CEO 자리를 유지하는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CEO가 오래 재직하면 단기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 집권 CEO가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내외부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20년째 장기집권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장수 CEO로는 라응찬(73)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68)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꼽을 수 있다.

라 회장은 1991년 2월부터 1999년 2월까지 신한은행장을 역임한 데 이어 2000년 5월까지 신한은행 부회장, 이어 비상근 회장을 지냈다. 2001년 8월부터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했으며 이번에 네 번째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라 회장은 올해로 20년째 신한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회장은 1997년 2월부터 2005년 3월까지 하나은행장을 역임했고 하나은행 이사회 의장을 거쳐 2005년 12월부터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역임, 14년째 CEO를 맡고 있다.

강정원(61) 국민은행장도 비교적 장수한 CEO다. 강 행장은 2004년 11월부터 국민은행장을 맡고 있고 서울은행장(2000년 5월 선임) 시절까지 포함하면 10년 동안 은행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보험권에선 1998년에 선임된 코리안리 박종원 사장이 최장수 CEO다. 기획재정부 공보관 출신인 박 사장은 올해 6월 주주총회에서도 3년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카드사 CE0 중엔 2003년부터 재직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가장 오래됐다.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로 8년째 현대카드 대표를 맡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1998년 부국증권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현대증권을 거쳐 증권사 CEO 자리를 13년째 지키고 있다.

전국 104개 상호저축은행 중에는 17곳이 10년 이상 장수 CEO가 경영하고 있으며 40년 가까이 한 명의 CEO가 경영하는 곳도 있다.

충북 소재 대명상호저축은행의 이정일(70) 대표와 광주 소재 창업상호저축은행 문병식(73) 대표는 1972년부터 39년째, 경남 소재 조흥상호저축은행 박명용(73) 대표는 1973년부터 38년째 저축은행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들은 1972년 정부가 사채 양성화를 목적으로 상호신용기금(현 상호저축은행) 설립을 허용한 이후 회사를 설립한 대주주다.

  
◇"중장기 경영가능" VS "독단적 경영우려"
CEO의 재임 기간이 길면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기 집권하는 CEO가 독단적인 경영 행태를 보이면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CEO 장기 재직의 장점을 꼽는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하기 때문에 시스템 위험이 줄어든다는 점"이라며 "단기업적에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연임을 위해 지나친 팽창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반대로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격언처럼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CEO를 견제하는 내외부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빈 KDI 박사도 "장기 재직해도 퍼포먼스(실적)가 좋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며 "지배주주가 없는 상태에서 경영자가 아무 견제 없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경영권이 내부인사에 의해 장기간 독점화하는 '참호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배주주가 없는 은행을 한 사람이 지나치게 오래 경영하면 재벌 오너처럼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대다수 은행들은 소유가 분산돼 주주에 의한 경영감시, CEO에 대한 감시가 미약한 상황"이라며 "은행들의 주요주주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경영감시는 공백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은행 CEO들의 재임기간이 길어진 것은 능력을 인정받아서가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시장 압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 내부의 지배구조인 이사회를 개선하거나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CEO 선임은 주주들이 결정할 문제이나 금융회사들이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평소 후임 경영진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이 장기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효성 있고 체계적인 경영진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만들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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