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과는 차별화된 '제3의 노동운동'을 표방한 노동조합 연대가 출범함에 따라 향후 노동운동 패러다임 변화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과 서울메트로 노조 등 전국 40여개 노조 위원장과 집행간부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 서울시공무원수련원에서 공식 출범한 '새희망 노동연대'(희망연대)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기치로 내걸었다.
희망연대는 이를 위해 이날 "노동운동의 청렴성을 확보하고 노동자를 섬기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노동운동을 지향한다"는 취지문을 채택했다.
또 ▲국민에게 신뢰받는 노동운동 ▲투쟁보다 정책ㆍ공익노조 지향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노조로 거듭날 것 등을 결의했다.
◇중도.실용…노동계 지각변동 신호탄? = 이처럼 기존 노동운동과 차별화된 노선의 연대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내 노동운동에 지각변동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는 의미까지 부여하고 있다.
비타협적이고 과격한 투쟁 대신 상생과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노동계의 세력판도까지 변화하는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측은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한국의 노동운동이 관성적 투쟁보다는 능동적인 자기 혁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특히 현 정부가 불법 파업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는 마당에 과거처럼 강경투쟁만 고집할 수 없고, 노조의 비타협적이며 갈등을 유발하는 투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노동계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과거 양대 노총이 균점하던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중도주의와 실용주의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KT와 쌍용차 등 민노총의 정치투쟁 노선을 부담스러워하며 실리를 챙기는 방향으로 노선을 수정한 노조들의 '탈퇴 도미노'가 이어지면서 노동계에 새로운 독자노선이 형성될 조짐을 나타냈다.
◇'제3 노총'으로 세력화는 미지수 = 일각에서는 희망연대의 활동이 기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버금가는 `제3의 노총'으로 세력이 확대돼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관성적 강성투쟁 이미지로 각인된 기존 노동단체에 실망한 이들이 이념적 지향점을 중도와 실용에 둔 희망연대의 깃발 아래 모여들 것이라는 게 이런 전망을 내놓는 이들의 논리다.
하지만 희망연대가 이런 영향력을 발휘할 만큼 세력화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라는 게 노동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노동운동의 방향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지만, 조직의 구심점이 아직은 약하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공통의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할 수 있는 느슨한 연대 수준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노동계의 한 전문가는 "제3의 노총으로 거듭나려면 조직적 결의나 통합, 상급단체 탈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며 "희망연대가 제3의 노총으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