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국장> "내가 살아온 길 미흡하나 후회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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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前대통령국장> "내가 살아온 길 미흡하나 후회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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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8월 21일 22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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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측이 21일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40쪽 분량의 소책자로 펴낸 DJ의 올해 일기에는 말년에 느낀 삶에 대한 단상과 함께 전직 대통령으로서 갖는 시국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친필 메모 형식인 이 일기에는 생을 마감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견한 듯 85년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반추하는 대목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또 건강 문제와 평생 반려자였던 이희호 여사에 대한 애틋한 감정 등 인간적 면모가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인생역정 회고 = DJ는 85세 생일을 맞은 1월6일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일생이었다"며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 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고 적었다.

이어 다음날에는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했고, 1월15일에는 "수없는 박해 속에서도 역사와 국민을 믿고 살아왔다"고 자평하면서 "앞으로도 생이 있는 한 길을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5월2일에는 "인생은 행복과 불행의 도전과 응전 관계다. 어느 쪽을 택하느냐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DJ는 생전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각종 의혹에 대한 억울함도 호소했다. 그는 2월4일 검찰이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비자금 의혹 제기와 관련, 'DJ는 관련없다'고 밝힌 데 대해 "너무도 긴 세월동안 '용공'이니 '비자금 은닉'이니 한 것, 이번에는 법적 심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건강 문제 = DJ는 "10시간 세배를 받아 몹시 피곤했다"며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주력해야겠다"(1월1일)는 다짐으로 올해를 시작했다.

"신장을 안전하게 치료하는 발명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리의 힘이 약해져 조금 먼 거리도 걷기 힘들다"(3월18일), "4시간 누워 있기가 힘들다(4월27일)", "걷기가 다시 힘들다. 집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있다"(5월20일) 등 투석치료에 대한 신체적 고통을 자주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고생도 했지만 여러가지 남다른 성공도 했다. 나이도 85세. 이 세상 바랄 것이 무엇 있는가"라며 "끝까지 건강을 유지해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문제의 3대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언과 노력을 하겠다"(4월27일)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건강 악화로 일기를 중단하기 직전인 6월2일에는 "71년 국회의원 선거시 박정희 정권의 살해음모로 트럭에 치여서 다친 허벅지 관절이 매우 불편해져 치료를 받았다"고 썼다. 일기장 곳곳에는 '찬미예수 건강백세'라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아내 사랑 = 그는 1월11일 이희호 여사와 한강변을 드라이브했다면서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라고 적었다. 이어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의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다"면서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2월7일), "살아 있는 것이 행복이고 아내와 좋은 사이라는 것이 행복이고 건강도 괜찮은 편인 것이 행복이다"(5월2일)고도 했다.
  
◇시국인식.외교비화 = DJ는 1월16일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17일엔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힘닿는 데까지 헌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일 용산 화재참사에 대해서는 "참으로 야만적 처사"라며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말했다.

그는 또 5월18일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하면서 대북 정책 조언이 담긴 메모를 전했다고 밝혔다. 부인인 국무장관 힐러리에게 보내는 문서도 이 자리에서 전달됐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언제나 다정한 친구"로 불렀다.
  
◇인간적 면모 = 설날인 1월26일 일기에서 그는 "가난한 사람들, 임금을 못받는 사람들, 주지 못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설날이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고향인 하의도를 방문하고 상경한 4월24일에는 "모교 어린이들의 활달하고 기쁨에 찬 태도에 감동했다"고 썼고, 앞서 2월17일 명동성당에 마련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를 찾은 뒤 "역시 위대한 성직자의 사후 모습이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다"고 적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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