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4% 'A군 연쇄상구균' 국내 상륙…감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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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14% 'A군 연쇄상구균' 국내 상륙…감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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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환자의 11.7% 사지 절단 등 심각한 후유증 겪어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국내 감염 감시 체계 없어"
"감시 체계 마련해야"…질병청, '법정감염병' 추진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치사율이 높고 사지 절단 등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A군 연쇄상구균'이 최근 해외에서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감염에 대한 공포가 국내에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기존보다 독성이 강한 이 세균의 변이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한국은 국가 차원의 감염 감시체계가 없어 환자 발생 및 사망 사례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다행히 정부가 뒤늦게나마 해당 감염증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현주 교수 연구팀은 작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시체계 구축' 연구를 수행해 국내 역학적 변화를 관찰하고 유행을 조기 발견하는 등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염 감시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은 괴사성 근막염, 독성쇼크증후군, 중증 폐렴 등을 유발한다. 잠복기가 짧고 진행 속도가 빠르며 초기에는 증상이 다른 질환과 감별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호흡기 비말, 직접 접촉, 상처 감염 등을 통해 전파될 수 있고 병원, 요양원,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 발병 위험이 있다.

연구팀이 최근 10년(2015~2024년)간 전국 다기관 연구를 통해 조사한 결과, 국내 침습성 A군 연쇄상구균 감염 사례는 23개 기관에서 총 383건에 달했다.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는 연간 60건 이상 발생했고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22건, 29건이 발생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의 자발적 신고나 제한된 자료를 통해 집계된 수치로, 실제 감염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환자 중 83.3%(319건)는 성인이었고, 16.7%(64건)는 소아였다. 이들 중 41.5%(159건)는 감염으로 인해 수술이나 피부 절개술을 받아야 했고, 1.3%(5건)는 팔다리를 절단하는 비극을 겪었다. 또 환자 10명 중 3명꼴(27.2%)은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심각한 것은 높은 사망률과 후유 장애 발생률이다. 전체 환자의 14.4%(55명)가 이 감염으로 인해 사망했고, 11.7%(45명)는 사지 절단 등 심각한 후유 장애를 겪게 됐다. 

이는 감염자 약 7명 중 1명이 사망하고, 10명 중 1명 이상이 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해외에서 독성이 훨씬 강한 것으로 보고된 'M1UK' 변이 A군 연쇄상구균이 국내에서도 2020년과 2023년에 각각 1건씩, 총 2건 확인됐다. 이 변이 균주는 기존 균주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전 세계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이처럼 침습성 A군 연쇄구균 감염이 높은 치명률, 발병 위험을 보이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증가하는 것을 고려할 때 국내에 감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제언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침습 A군 연쇄상구균 감염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감시체계를 운영하며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관련 감시체계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내 환자 발생 규모나 역학적 특성, 위험 요인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유행 발생 시 조기 인지 및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감염병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4%가 A군 연쇄상구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성홍열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방역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침습 A군 연쇄상구균 감염과 독성쇼크증후군에 대해서는 각각 70.7%가 전수감시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며, 실험실 감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다행히 정부도 조금 늦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동질환을 법정감염병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세부 사항을 검토,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면 의료기관은 환자 발생 시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전국적인 발생 현황과 역학적 특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방역 및 관리 대책 수립이 가능해져 감염 확산 방지와 환자 조기 발견 및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독성이 강한 변이 균주의 국내 출현까지 확인된 만큼, 더 이상 침습 A군 연쇄상구균 감염을 '드문 질병'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이 세균은 주로 인후염의 원인이 되지만, 혈액이나 근육 등 비정상적인 부위에 침투할 경우 패혈증, 괴사성 근막염(살을 파먹는 병으로도 불림), 독성쇼크증후군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의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고열, 오한, 심한 인후통, 전신 근육통, 피부 발진, 상처 부위의 심한 통증이나 부기, 전신 무력감 등의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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