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선택과 집중'에 따른 현상"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을 시작으로 연달아 수주에 성공하면서 상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5조원 넘는 수주고를 올린 반면,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 등은 아직까지 마수걸이 수주를 신고하지 못하며 정비사업 수주실적 '0'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선택과 집중'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실적은 5조213억원으로 회사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다. 국내 건설사 중 독보적 1위다.
삼성물산은 지난 몇 년 간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에 그다지 힘을 쏟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연초부터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빠르게 수주 곳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1월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을 통해 1조5600억원 규모의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이라는 대어를 낚은 이후 서초구 신반포4차, 송파구 한양3차 등 강남권 알짜 사업장으로 불리는 단지들의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일감을 늘렸다.
삼성물산의 뒤를 이어 포스코이앤씨가 3조4328억원의 수주고를 올린 상태다. 이 회사는 최근 HDC현대산업개발과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전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1조9796억원 규모 이수 극동·우성2·3단지 리모델링 사업장까지 손에 넣으면서 3조원을 넘어섰다. 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전까지 승리로 가져올 경우, 4조원 넘는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2조9420억원의 수주고를 올린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에서 삼성물산과 다시 마주한다. 최근 강남 개포주공 6·7단지(1조5138억원)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이 기세를 압구정2구역까지 가져오겠다는 각오다. 이미 양 사의 수주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사업지를 확보할 경우 단숨에 올해 업계 수주 2위로 자리하게 될 전망이다.
반면, SK에코플랜트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위 10개 건설사 중 마수걸이 수주고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반도체 분야로 사업축을 옮겨가는 과정인 만큼 주택사업에 역량을 크게 쏟지 않고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초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사고 이후 전국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에도 여의도, 성수 등 대어급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을 앞둔 가운데 이 같은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양극화는 계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DL이앤씨는 지난달 31일 '한남뉴타운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한남5구역 시공권을 확보해 2조683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또 롯데건설과 GS건설이 각각 2조5354억원, 2조1949억원 어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2981억원 어치 일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하반기 공격적인 수주를 통해 조 단위 수주고를 무난하게 올릴 것이란 예측이 업계에서는 지배적이다. 실제 대우건설은 오는 19일 입찰 마감을 앞둔 개포우성7차 재건축 시공권 확보에 공식적으로 도전을 선언했다. 이 외에도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등 대어급 사업장 수주전에도 뛰어들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 등 올해 정비사업 수주가 전무한 건설사들은 하반기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을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올해 안전과 관련한 내부적인 점검 등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SK에코플랜트 역시 신사업 분야 재정비를 통한 중장기적인 먹거리 확보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정비사업 수주 시장의 분위기가 상반기와 비슷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공격적인 수주에 나선 회사들을 중심으로 경쟁 대신 수의계약 위주로 시공사 선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상반기에 소극적으로 수주에 나선 일부 기업들의 경우 하반기 일부 대형 사업장에서의 수주에 역량을 쏟는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