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구다이글로벌이 화장품 브랜드 운영사 '스킨푸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K-뷰티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신흥 거물로 주목받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 2015년 천주혁 대표가 설립했으며 초창기 화장품 유통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2019년 처음 인수한 브랜드 '조선미녀'가 미국 아마존에서 인기를 끌며 존재감을 키웠고, 이후 본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외형을 빠르게 키웠다.
지난해에는 △티르티르 △라카 △크레이버코퍼레이션(스킨1004) 등 K-뷰티 브랜드를 연이어 품었고, 최근에는 '독도토너'로 알려진 라운드랩 운영사 서린컴퍼니 인수도 추진 중이다.
현재 구다이글로벌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색조·스킨케어·기능성까지 폭넓게 구성돼 있으며, 이를 통해 유통 채널과 소비자층을 동시에 넓히고 있다. 뷰티 업계에선 구다이글로벌의 올해 연매출이 1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의 성장 전략은 국내 화장품 기업 중 드물게 '조립형 멀티 브랜드 플랫폼'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자체 브랜드 중심이 아닌, 이미 시장에서 성과를 입증한 외부 브랜드를 인수해 하나의 플랫폼 아래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브랜드별 개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유통과 마케팅, 글로벌 확장 등 핵심 역량을 통합해 규모의 시너지를 노리는 전략이다.

이러한 구조적 유사성 때문에 구다이글로벌은 업계 일각에서 '한국의 로레알'로 불린다. 로레알은 △메이블린 △랑콤 △키엘 △입생로랑 등 수많은 독립 브랜드를 인수한 뒤,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한 채 글로벌 플랫폼 안에서 관리해 왔다.
이는 단일 브랜드 의존에서 벗어나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K-뷰티 시장에서도 새로운 확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 관계자는 "구다이글로벌은 포트폴리오의 세대 균형과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며 "스킨푸드 인수 역시 브랜드 간 시너지를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격적인 확장에 따른 재무 리스크도 제기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의 단기차입금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기준 2023년 약 9억 원 수준에서 2024년에는 360억 원대로 급증했다. 연이은 브랜드 인수와 인수금융 조달이 맞물리면서 유동성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유행 변동이 빠른 뷰티 시장의 특성상 인수 브랜드의 중장기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K-뷰티 시장은 그간 특정 브랜드의 급성장과 급락이 반복되어 왔으며, 지속 가능한 브랜드 운영 전략이 없다면 외형 확대가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가 많다고 해서 모두가 성장하는 건 아니다"라며 "구다이글로벌이 자체 운영 역량을 강화하면서도 인수 브랜드에 꾸준한 투자와 관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제조자개발생산(ODM)·주문자위탁생산(OEM) 전문가 영입 등 내부 조직 안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한 브랜드 인수를 넘어 제조, 마케팅, 글로벌 유통까지 수직계열화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중심에서 시작해 브랜드 하우스 플랫폼으로 진화 중인 구다이글로벌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