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단속 기준에 혼란…'규제 형평성' 논란 커져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일본 여행객들 사이에서 '쇼핑 필수템'으로 인기를 끌어온 진통제 '이브(EVE)'에 대해 관세청이 국내 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일 성분이 포함된 경동제약의 진통제 '그날엔큐정'은 현재 국내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어 규제 형평성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이달 초 이브 제품의 국내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
이브는 일본 SS제약이 1985년에 출시한 진통제 시리즈다. 현재 시판 중인 제품은 △이브 쓰리 샷 프리미엄 △이브 퀵 두통약 △이브 퀵 두통약 DX △이브 A정 △이브 A정 EX 등 5종이다.
이 제품은 두통과 생리통 완화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 여행 시 반드시 구매해야 할 '필수템'으로 알려져 왔다.
![[사진=연합뉴스TV]](/news/photo/202504/642669_558876_733.jpg)
반입 금지의 근거가 된 성분은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우레아'이다. '아프로날'이라고도 불리우는 해당 성분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의존성과 남용 가능성이 있는 향정신성 물질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제2군)로 분류된다. 다만 '이브 쓰리 샷'에는 해당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프로날이 동일한 함량으로 포함된 국내 일반의약품은 여전히 약국가에서 정상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경동제약의 '그날엔정'과 '그날엔큐정'은 1정 기준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우레아가 30㎎ 함유돼 있다. 반입 금지된 이브퀵 DX의 경우 2정 기준 60㎎으로 사실상 함량이 같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선 경동제약의 '그날엔' 시리즈도 향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현재 시판 중인 제품은 그날엔큐정"이라며 "그날엔큐정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일정 용량 이하의 기준을 충족해 의존성을 유발 우려가 낮다고 판단된 '향정신성의약품 제외 품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이라며 "시판 허가와 다르게 향정신성의약품 함유 제품의 수입 및 통관을 위해선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이슈와 관련해 식약처로부터 별도 권고나 조치를 받지 않았다"며 "성분 변경 계획은 없으며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이 향정 제외 품목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제품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경동제약 홈페이지]](/news/photo/202504/642669_558881_1359.png)
같은 성분이 포함됐더라도 이브는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이 아니며, 성분 역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수입 시 별도의 승인 없이 반입이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 이브는 국내에서 안전성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수입이 제한되는 셈이다.
이번 논란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허가 체계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없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성분인데 왜 일본 약만 금지되느냐"며 어긋난 규제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약을 반입했다가 공항 세관에서 적발된 일부 관광객들은 마약류 반입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야 했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실제 네이버 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번에 입국하다가 뺏기고 마약 운반 시도를 했다는 기록이 남게 됐다. 입국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니 굉장히 불쾌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관세청의 고객지원센터 게시판에도 "별도의 공지나 계도 기간 없이 갑작스럽게 '마약류 반입 사실 확인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 화가 난다"며 정부 당국의 기준과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통관 과정에서 작성하는 마약류 반입 사실 확인서는 처벌이 아닌 고지용 문서로, 해당 의약품이 마약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안내하는 차원의 조치"라며 "기록이 영구적으로 남는 것은 아니며 행정적 경고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서 자체가 일종의 계도기간 역할로, 처벌에 앞서 해당 의약품이 마약류에 해당함을 고지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단속이 강화된 배경에 대해서는 "이브는 외국에서 정식 유통되는 제품이다 보니, 해당 성분이 포함된 사실을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며 '현재 마약류 반입 금지 품목이 400여 종이 넘는 만큼 개별 제품에 대한 공지를 일일이 하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일본 약 쇼핑 리스트'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