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 대미 창구 부재 속 활발한 '취임식 외교' 주목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국내 재계 인사들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참석을 위해 속속 미국 방문길에 오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일부 임원진 등이 직접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인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상대할 정부 차원의 대미 창구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재계 차원의 '취임식 외교'로 미국과의 관계 강화 등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부인 한지희 씨와 뉴욕 JFK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했다.
정용진 회장은 당일 전용기편으로 곧바로 워싱턴DC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 사절로서의 공식·비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그는 취임식 전후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이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트럼프 주니어와 해외 정상급 인사는 물론 미국의 주요 정·재계 인사를 만나는 데 이어 부인 한씨와 함께 취임식은 물론 소수의 VIP만 참석할 수 있다는 취임 축하 무도회에도 함께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취임식 전 정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과 두 번째 면담이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16~21일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을 받아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체류하면서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대면해 상당 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한국 정·재계를 통틀어 지난 미국 대선 이후 유일하게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난 기업인으로, 한미 경제·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기대를 받고 있다.
정 회장도 외교관이나 행정가 신분이 아니어서 국가 어젠다(의제)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미 간 가교 역할을 통해 국익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도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장재훈 부회장과 미국 시민권자인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 성 김 대외협력·홍보 담당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번 취임식에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하며 행사 비용 지원에도 동참한 바 있다. 이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경쟁사들이 취임식에 기부한 것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등 새로운 정책에 적극 대응하고 관계 강화를 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는 현대차가 이를 계기로 정의선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회동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Inc 창업자 김범석 의장도 취임식과 만찬, 무도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에 설립된 쿠팡Inc는 한국 쿠팡의 모기업이다.
김 의장은 트럼프 1기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초청자 명단에 올랐다. 그는 쿠팡을 '한국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한미 경제 협력의 매개 역할을 한 점을 인정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진 한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자 풍산그룹 회장도 전날 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행 방문길에 올랐다. 류진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계 미국통으로, 공화당 중에서도 부시 가문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 회장은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현지에서 국내외 정·재계 인사들을 두루 접촉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한미친선협회 추천으로 취임식 초청장을 받았다. 우현의 협회장이 우 회장 여동생이다. 우 회장의 현지 일정도 주로 한미친선협회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회장은 8년 전 트럼프 1기 취임식에도 초청돼 참석한 바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역시 한미친선협회의 추천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허 회장은 취임식을 계기로 한국 경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교류할 계획이다.
SPC그룹은 그동안 미국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파리바게뜨는 2005년 미국에 진출한 이래 매장 수를 200여개로 확대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빌리슨시에 1억6000만 달러(약 2334억원)를 투자해 제빵공장을 건립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글로벌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