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분야 성적표가 전년 대비 부진했던 가운데 조 단위 규모로 체결한 '빅딜' 3건이 눈길을 끈다.
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수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은 계약 건을 제외하고 약 55억4600만 달러(약 8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2023년 기술수출 규모가 약 59억4600만 달러(약 8조8000억원)였던 것에 비해 약 7% 감소한 수준이다. 계약 건수는 20건에서 15건으로 줄었다.
업계는 전 세계적 경기 불황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등의 요인으로 경제적·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한 결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 수출 규모는 최소 4조5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인 2조9000억원보다 55% 증가했다. 당시 업계는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면 2023년 전체 기술수출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4분기에 기술수출 건수가 3건에 그치면서 전년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금액도 약 5조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조 단위 '빅딜'을 여러 차례 성사하기도 했다.
아리바이오는 3월 중국의 한 기업에 경구용 치매치료제 'AR1001'을 기술 수출하면서 1조2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와이바이오로직스 등 3사도 6월 미국 신약 개발 기업 네비게이터 메디신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 'IMB-101'의 기술을 이전하는 1조3000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오름테라퓨틱은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스과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에 대해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이같은 빅딜과 관련해 외국 기업이 원하는 전략적 파이프라인을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가 갖추는 경우가 늘면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술수출 규모 및 건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맞다"면서도 "기업체의 연구개발(R&D) 투자 및 신약 파이프라인이 늘고 있고 신약 개발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