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화재 사고·보조금 축소·글로벌 경쟁'…전기차 수난 속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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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결산] '화재 사고·보조금 축소·글로벌 경쟁'…전기차 수난 속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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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잉오닉5N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아이오닉5N [사진=현대자동차]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올해 전기차 산업은 화재 사고, 보조금 축소,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도전과 전환의 기로에 섰다.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안전 우려와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 됐고, 정부의 보조금 축소는 내수 시장의 둔화로 이어졌다. 아울러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점유율 축소와 기술 경쟁 심화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차 안정성 확보 △보조금 의존 탈피 △배터리 기술 혁신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보조금 축소와 전기차 시장의 축소

특히 2024년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큰 변화가 일어났다. 

보조금 지원 금액은 중·대형 전기승용차는 400만원으로, 경·소형 전기자동차는 300만원으로 줄면서 각각 전년대비 20%, 25% 감소했다. 차량 기준도 강화돼 5500만원 이하 차량만 보조금 전액을 지원받고, 5500만원 초과~8500만원 이하 차량은 50%만 지원된다. 

지난 2월 EV트렌드 코리아 2024 사무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의 27%가 가장 큰 고민 사항으로 '차량 가격'을 꼽았다. 이는 보조금 축소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환경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 161개 지자체의 보조금 소진율은 55.2%에 그쳤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의 소진율은 각각 47.3%와 49.9%에 머물렀다. 이는 2022년 보조금 부족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상황과는 다른 양상이다. 보조금 예산 축소와 차량 가격 상승이 소비자의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4년 보조금 축소에 대비해 제조사들은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는 장기 무이자 할부, 차량 가격 할인, 충전 크레딧 제공 등 혜택을 강화했다. 

지난 8월 발생한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현장

◆ 전기차 화재 사고와 안전성 논란

국내 전기차 시장은 잇따른 화재로 손비자들의 안전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와 재발화 가능성 등으로 인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자창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EQE350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93대의 차량을 그을리는 등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12월 14일에는 충남 아산시 모종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주민 수십명이 긴급 대피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500명의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케이카]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전기차 포비아(전기차 공포증)'가 확산됐다. 지난 9월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의 '전기차 인식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6%가 아파트 주차장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고 있으며, 그중 67.8%는 '화재 위험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전기차 제조사와 정부는 안전성 강화를 위해 배터리 열폭주 방지 기술과 충전 인프라 안전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배터리 내부 화재 시 열 전이를 막는 기술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해 배터리 이상을 조기에 감지하고 셀 간 열 전이를 방지하는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지난 8월 전기차 배터리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감지하는 최신 BMS를 연내 전 차종에 순차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이상 시 고객에게 즉각 알림을 제공하여 안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난연성 소재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로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삼성SDI는 서울대와 공동으로 배터리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고 방지를 위한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부터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 '충돌 후 화재 안전성 평가' 항목을 추가할 방침이다. 또한 전기차 화재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소방청과 협력해 전기차 화재 진압 훈련과 전용 장비 보급을 추진 중이다.

◆ 중국 배터리 공세와 국내 기업의 전략

한편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금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CATL과 비야디(BYD)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각형 배터리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과 생산 효율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일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10월 기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로, 2021년 31.7%에서 크게 감소했다. 반면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53.6%로 급상승하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점유율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2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협력해 각형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했으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GM과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모든 배터리 폼팩터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각형 배터리 생산량을 2025년까지 30%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 9월, 기존 각형 배터리를 강화하는 한편,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개선한 LFMP(리튬인산망간철)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배터리는 기존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 이상 높아져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병행 중이다.

SK온은 지난 10월,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과 협력해 각형 배터리 양산 준비에 나섰다. 동시에 저온 성능을 개선한 LFP 배터리 '원터 프로 LFP'를 공개하며, 저온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해 주행거리를 20% 이상 개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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