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강달러' 지속…은행권, '건전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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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 '강달러' 지속…은행권, '건전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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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저녁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상황이 6시간 만에 마무리됐지만, 계엄령이 금융시장에 미친 악영향은 일파만파 확산될 전망이다. 

계엄령 후 크게 요동친 환율이 쉽사리 안정되지 않으면서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은행권 역시 원화 가치 하락으로 건전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먼저 소상공인과 저신용자 등 자금 수혈이 시급한 대출 차주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지며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 따라 대출 문을 걸어 잠근 은행들이 계엄령 후 '건전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대출 제한 방침을 보다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 급락 등에 따른 은행 자금 이탈 우려도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거래 종가 기준 1달러당 1402.9원을 기록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새벽 최고 1446.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3월16일 1488원을 찍은 후, 15년8개월 여 만에 최고점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만 계엄령 후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령 해제안'을 가결하면서 환율은 다소 진정됐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20원대를 유지하며 전날 대비 1% 이상 상승한 수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환율이 1400원대로 요동치면서 은행권에도 비상체제로 급선회했다. 이른바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자본 건전성 관리에 돌입한 것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면서 자본적정성 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증가할 경우 보통주자본비율은 2~3bp(1bp=0.01%)가량 하락한다.

자본적정성 비율 하락 시 은행의 자기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은행의 기업가치 평가와 직결되며 주요 은행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환원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주요 금융지주들도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달성하는 것을 주주환원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문제는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선 대출 제한이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앞서 미 대선 여파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자 대출 창구를 닫기 시작했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기업대출 취급 제한으로 확대한 것이다.

실제 지난 1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829조5951억원으로 한 달 새 7758억원 쪼그라들었다. 

이번 비상계엄 여파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자금 수요가 시급한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공급이 우선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저신용도에 따라 위험가중치가 높게 적용되는데. 위험가중치가 높은 대출이 늘어날수록 은행의 자본적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강달러가 장기화할 경우, 가계대출 정상화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시장금리와 무관하게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연말 대출 총량 관리에 돌입한 바 있다. 내년 1월부터는 다시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며 금리 하락으로 대출 취급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계엄령 후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한 대출 제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가계대출 정상 공급이 언제 재개될 지는 미지수다.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자금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원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되면 자금 이탈 현상도 가속화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고 있는 예·적금 수요 또한 줄어들면 은행의 자본 여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경제 불안정성과 건전성지표 악화로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일제히 긴급 회의를 개최해 변동성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회의"라면서 "향후 변동성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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