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신탁' 경영개선명령…신탁업계 '책준형 공포' 본격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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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신탁' 경영개선명령…신탁업계 '책준형 공포' 본격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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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PF부실에 첫 부과…신탁사들 줄도산 우려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지난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며 무궁화신탁에 대한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연합]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지난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며 무궁화신탁에 대한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연합]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부동산신탁업계 6위인 무궁화신탁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최고 수위의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명령'을 받으며 매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신탁업계의 오랜 사업방식이던 '책임준공 확약 신탁'(이하 책준형) 방식의 여파가 어디까지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사다.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등으로 신탁업계 전반에 '부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궁화를 비롯해 신탁사들의 줄도산도 우려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무궁화신탁에 대한 경영개선을 명령했다. 

경영개선명령은 재무 건전성이 악화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금융회사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경영개선조치인 적기 시정조치 중 가장 높은 수위의 경고조치다.

금융위의 조치에는 대주주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한 사실상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유상증자, 자회사 정리 등을 통한 자체정상화 추진 △합병,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 제3자 인수 계획 수립 및 이행 △영업용순자본 감소행위 제한 △내년 5월26일까지 차입형·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신규 영업정지 등이다. 

무궁화신탁은 이러한 요구조건을 충족시킨 경영개선계획을 내년 1월24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무궁화신탁은 지난 2022년 이후 계속해서 취약도가 낮은 신탁사로 분류돼 왔기에 이 같은 명령은 사실상 시간의 문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무궁화신탁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69%에 불과했다. 개선명령 기준인 '100'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NCR이 150%에 미달하면 경영개선 권고, 120%에 미달하면 경영개선 요구가 이뤄진다.

이처럼 무궁화신탁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책준형'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무궁화신탁의 경우 2020년 이후 부동산 호황기에 책임준공 확약을 늘렸다가 2022년 하반기부터 PF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적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무궁화신탁은 위험성이 높지만,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책준형 사업의 비중을 높여온 대표적인 신탁사로 꼽힌다.

책준형 사업은 신탁사가 자금력이 열위한 시공사를 대신해 책임준공 확약을 제공하면, 금융 대주단이 신탁사 신용을 담보로 PF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공사가 특정한 기간 내 준공을 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자금을 동원해 공사를 이어가는 위험성이 높은 방식으로 꼽힌다. 

책준형 신탁은 신탁사의 신용을 보고 진행하는 방식이다.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우량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형 신탁사의 경우 영세하거나 부실사업장을 일감으로 가져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결국 부실현장 일수록 리스크도 높아지기에 신탁사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궁화신탁 역시 지방 등지에서 진행한 비(非) 우량 현장에서의 지속적인 손실발생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가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무궁화신탁 사태를 기점으로 중소형 신탁사들을 중심으로 한 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신탁업계 한 관계자는 "무궁화신탁은 지난 2021년부터 책준형을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2022년 PF사태 본격화로 인해 부실사업장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상황"이라며 "금융그룹 내 안정성 높은 신탁사를 제외한 중소 신탁사들도 비슷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제 3자 매각을 통한 회생방안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설명이 나온다.

이미 책준형으로 인한 위기가 확산되는 만큼, 대형 금융그룹 등 구매자들의 움직임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탁업계의 불황 또한 인수합병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신탁업계가 지난 몇 년간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구매자로 나설만한 플레이어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게다가 PF 사태의 여파가 아직 얼마나 더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인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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