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사업' 지지부진…건설업계 "'공사비 현실화' 선행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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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사업' 지지부진…건설업계 "'공사비 현실화' 선행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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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ㅣ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로 민간부문 건설이 얼어붙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 정부가 '공공발주사업(SOC) 확대' 카드를 꺼냈지만 예산집행은 지지부진하다. 

이에 따라 SOC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공사비 현실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SOC 예산을 전년 대비 5.6% 늘린 26조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당시 정부는 대부분의 예산을 상반기에 집행해 건설사들의 일감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전혀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SOC예산 집행이 오히려 줄어든 모습을 보인 것이다.

올해 1분기 중 집행된 SOC 예산은 약 12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9% 줄어들었다. 특히 부동산 안정화에 필요한 공공주택 공급과 관련된 예산집행은 더욱 더뎠다. 

공공부문 주택수주는 전년 대비 55.1% 감소한 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20년래 최저치다. 토목 등 비(非) 주택 건축 수주도 13.6%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정부의 SOC예산 집행이 어려운 이유는 건설사들에게 극도로 불리한 입찰조건 때문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사업의 경우 '저가형 입찰', 즉 발주처가 제시한 금액과 비교해 가장 낮은 공사금액을 제시한 업체가 일을 따가는 구조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인건비와 원자재가격이 급증하면서 발주처의 제시금액이 원가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최대 공사규모가 1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SOC 사업이어서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정부의 사업 강행 의지가 강했고, '2030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추진과 맞물려 당초 2035년에서 2029년으로 준공시기를 앞당겼다.

자연스레 빠른 시공사 선정을 통한 사업진행이 기대됐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2030 엑스포 유치권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넘어가면서 공사를 빠르게 진행해야 할 동력을 잃었으며, 국토교통부의 까다로운 시공사 선정방식 또한 공사계획 이행에 차질을 빚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부는 신공항 부지 조성을 위해 설계와 시공을 일괄 발주하는 '턴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또 무리한 준공계획과 여러 회사가 힘을 합쳐 시공하는 '컨소시엄'도 2개사로 제한한 점도 건설사들이 입찰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다.

실제 가덕도 공사에 대한 1차 입찰을 실시했지만, 단 한곳도 응찰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입증했다. 정부는 2차 입찰에서도 같은 조건을 내걸 방침이어서 다시금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컨소시엄이 많을수록 향후 하자와 관련된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이 같은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시공사의 입장에서는 짧은 공기를 2개 회사가 모두 떠안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10조원이 넘는 대형사업이지만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섬 가운데 땅을 메운 이후 그 위에 공사를 짓는 방식이기에 공기가 촉박하다"며 "공사비 역시 계속 오르면서 수익성에도 물음표가 붙은 상황에서 각 사별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입찰해서는 안되는 사업이라는 검토결과가 나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사를 하면 오히려 손해가 나는 구조인 탓에 건설사들은 입찰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고, 이는 정부의 사업예산 집행중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국토부가 '공공 공사비 현실화 연구'에 대한 긴급공고를 내고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당장은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태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SOC예산 확충과 빠른 집행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대한건설협회는 경제성장률 제고 및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위해 내년도 SOC 예산을 28조원 이상 편성되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SOC예산 집행을 통해 건설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건설사들이 공공사업에 적극적으로 응하게 하기 위해선 공사비 현실화가 빠르게 선행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민간부문 건설경기 지표가 꾸준히 악화되면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촘촘하게 세우고 빠르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사비용의 현실화 반영이 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안그래도 수익성이 낮은 공공사업에 입찰할 건설사는 사실상 없다"며 "정부는 빠르게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공사비 현실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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