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통장' 늘리며 겨우 버텨…'무급휴직·희망퇴직' 봇물
"적자 임계점 달했다…존폐 불투명한 위기상황"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째인 29일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학병원의 경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주요 병원들은 일제히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대응하고 있지만,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미리 지급해 '숨통'을 틔워준 뒤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계속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의료계에서는 현 상황이 지속하는 한 줄도산은 피할 수 없으리라는 우려와, 정부 지원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 병원마다 '비상경영' 선포…'마이너스 통장' 늘리며 겨우 버텨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지난 2월 20일 근무지를 이탈한 후 100일째 돌아오지 않으면서 주요 병원의 경영난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주요 수련병원들은 3개월 넘게 이어진 집단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급감하면서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 못할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빅5' 등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에서는 하루에 많게는 10억원 이상 적자를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병원은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포한 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차입금을 늘리면서 버티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려 1천억원 규모로 만들었고, 경북대병원도 마이너스 통장 규모를 1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늘렸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병원들은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일부 병원은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수련병원에 건보 급여비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건보 급여비 선지급은 정산이 완료되기 전 일정 규모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실제 발생한 급여비에서 다시 정산하는 것이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는 병원의 신청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하고, 내년 1분기 이후 정산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