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판매 저조'…가전양판점 '울상'

컨슈머타임스=김윤호 기자 | 전국 곳곳에 쏟아진 물폭탄에 여름 대표 가전 에어컨과 제습기의 판매 희비가 엇갈렸다. 제습기는 품절 대란까지 일으키며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반면, 에어컨은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량이 줄었다.
장마철을 맞아 올 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이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6일까지 누적 강수량을 분석한 결과 전국 평균 511.7㎜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 누적 강수량(238.4㎜)의 2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50년 만에 최고치이기도 하다.
기상청은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오는 21일 제주를 시작으로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역대급 장마는 통상 여름철 판매가 집중되는 에어컨과 제습기의 판매 희비를 갈랐다.
장마철 제습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가 크게 늘며 제습기는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위닉스(대표이사 윤희종·윤철민)의 '뽀송 인버터 19L'와 '뽀송 16L'는 품절 상태다. 같은 기간 쿠쿠전자(대표이사 구본학)의 인스퓨어 제습기 등 2종도 일시 품절 상태를 빚었다. SK매직(대표이사 김완성)의 '초슬림 제습기'는 올해 들어서만 총 세 차례 품절된 바 있다.
업계선 올해 제습기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에어컨의 경우 최대 성수기에 판매 부침을 겪고 있다.
전자랜드(대표이사 김찬수)에 따르면 에어컨 시즌이 시작되는 올해 5~6월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아직 정확한 판매량은 집계 전이지만 롯데하이마트(대표이사 남창희)의 5~6월 판매량도 지난해와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에어컨 판매 부진은 고물가 기조 속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 더해 지속되는 장마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제습기 쪽에 쏠린 영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창문형 에어컨 등의 판매는 늘었지만, 단가가 높은 스탠드형 에어컨 등의 수요가 크게 줄며 전체 에어컨 판매량이 감소했다"며 "올 여름 많은 양의 비가 오며 소비자들이 제습기 구매를 서두르고 있는 점도 에어컨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제습기와 에어컨의 판매 반비례 현상에 대한 가전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에어컨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지 않는 렌털 업체들은 제습기 품절 대란 사태에 화색을 보이는 반면, 에어컨 판매량이 한 해 가전 사업 실적을 좌우하는 가전양판업계의 경우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렌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제습기의 경우 물량을 공급하는 족족 완판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역대급 인기"라며 "대다수 렌털 업체들이 에어컨 판매 의존도가 높지 않은 만큼, 장마로 인한 제습기 판매 증가는 수익성 증대 차원에서 긍정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가격대가 높은 에어컨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가전양판업계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제습기와 에어컨의 단가는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 난다. 제습기 수요가 늘었지만, 반대로 에어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줄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가전양판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은 판매 단가가 높아 가전양판점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 제품 중 하나"라며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대신 제습기 판매만 늘어나는 현상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