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의 친족 범위는 축소하면서도 그간 논란이 된 사실혼 배우자는 새롭게 친족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에 '두집 살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삼라마이다스(SM), SK그룹 등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총수의 사실혼 관계가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된 기업 가운데서도 사실혼 관계 배우자가 그룹의 지배구조상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M그룹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 10일 각종 자료 제출·공시 의무를 지는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 친족 범위를 기존보다 줄이는 대신 총수와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는 법률상 친생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 친족으로 포함시키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11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 이에 앞으로 재벌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도 동일인 관련자(친족 등 특수관계자) 범위에 포함한다. 다만 법적 안정성과 실효성을 위해 배우자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만 해당한다. 대기업 동일인에게 사실혼 배우자가 있어도 자녀가 있어야 하고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와 있어야 해당한다.
공정위가 사실혼 배우자를 동일인 관련자 범위에 포함한 것은 일부 대기업집단이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를 통해 사익편취 등 부당행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규제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엔 상호출자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일감 몰아주기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하는데, 재벌 총수 일가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을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는 특정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다른 경쟁자들의 진입을 가로막아 시장 생태계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 역시 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개정안으로 SM그룹은 우오현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씨와의 모든 지분과 거래 관계 등을 공시해야 하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 회장과 김모씨는 법률혼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를 맺은 중혼적 사실혼 관계다.
김씨가 SM그룹 지배구조상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SM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라(12.31%), 우방산업(12.31%), 삼라마이다스 자회사 동아건설산업(5.68%)) 이번 개정안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김씨는 우방산업 감사, 삼라마이다스 이사 등 SM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을 지냈으나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우 회장과의 사실혼 관계가 불거지면서 임원직을 모두 퇴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SM 측은 "이번 공정위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공식 입장은 없다"면서도 "법이 규정하는대로 따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계에서는 사실혼 관계자가 특수관계인에 포함될 경우 해당 총수와 기업 모두 대책 마련에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사실혼 관계자의 개인 회사와 지분 및 거래 관계까지 모두 공시하는 것은 물론 사실혼 관계자 친족까지도 특수관계인에 포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재벌 총수들의 사실혼 배우자가 규제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어 논란이 많았다"면서 "개인 가정사라고는 해도 재벌 총수가 사회와 재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사익편취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사실혼 배우자도 자녀가 있다면 특수관계자로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