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김지훈 기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컴퓨터 보안업체 안랩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안 위원장의 총리설과 최대주주 교체 가능성 제기에 급물살을 타며 한없이 상승하는가 하면 정치인들의 한마디에 추락하며 반전 국면을 맞기도 했다.
이에 개미들은 정치 테마주의 늪에 빠졌고 허덕여야 했다.
백지신탁 제기 등 여러 이슈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주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엇갈린 시선으로 향후 주가를 전망했다.
29일 안랩은 전일대비 4.19% 상승한 13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세에 접어들었던 주가가 최근 연일 상승하며 다시 상향 곡선을 그렸다.
안랩의 1주당 가격은 대선 전날인 지난 8일 7만800원이었지만 23일 17만5800원을 기록하며 보름 새 148.3% 폭증한 바 있다.
특히 8거래일 연속 10% 이상씩 상승한 지난 14~23일의 주가 흐름은 외국인이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안랩 주식 1419억9500만원을 순매수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사이버전에 접어들면서 보안 업종의 수혜가 기대된다는 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랩 주가가 급격하게 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1일 외국계 투자회사 JP모건 시큐리티즈가 안랩 주식 53만8878주를 보유했다고 공시하면서다. 해당사는 이날 5.4%의 지분율로 안 위원장(18.6%) 등에 이어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틀 후 23일 안랩 주가는 상한가까지 급등하며 2001년 상장 이후 최고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안랩이 급등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 위원장의 총리 임명 기대감에 따른 결과"라며 "만약 총리에 임명되면 보유한 안랩 주식을 전량 처분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됐을 때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기에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매수세가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국무총리·장관 등이 3000만원 이상의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할 경우 임명 2개월 이내에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주식은 수탁 기관이 60일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다만 주식을 처분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시 30일 동안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으며 30일 연장의 횟수 제한은 정해진 바 없어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들은 이 단서 조항을 빌미로 무기한 처분을 연장하며 백지 신탁 주식의 처분을 미뤄왔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총리에 기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와 같은 교묘한 수는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치솟던 주가도 반전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핵심 관계자로 불리던 권성동 의원 등의 일부 의원들이 안철수 총리설에 대해 선을 긋는 듯한 발언들이 이어지며 '안철수 총리 배제설'이 나돌면서다.
이러한 소식에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JP모건이 지난 24일 안랩 주식 46만주를 매도하면서 주가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외국인이 안랩 주식으로 단타(짧은 기간에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해 이익을 얻는 매매기법)를 통해 차익 실현 후 빠면서 안랩 주가는 연일 20%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지난 25일 안랩 종가는 고점(13만5700원)이었던 23일 대비 이틀 만에 22.8% 추락한 바 있다.
등락을 반복하던 이 시기 JP모건은 단타로 3일 동안 1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승세에 올라 탄 개미들은 늪에 빠져 전전긍긍해야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람과 종목만 바뀔 뿐 대선 때마다 있었던 일이고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이런 정치 테마주의 경우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만큼 본인의 의지로 차익실현을 위한 단타가 아니라면 투자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기업의 향후 성장성을 보고 투자할 것을 권하며 안랩의 경우 내수 시장과 달리 해외시장에서는 성적이 저조한 만큼 정치 이슈 외 실적으로 주가가 이렇게 상승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향후 안 위원장의 자리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 뻔한 만큼 안랩의 주가는 당분간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며 "만약 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한다면 사이버 보안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중요시 되는 만큼 국내 1위 보안 업체인 안랩의 경우 주가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