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유통가 3세 시대…경영 능력 시험대
상태바
막 오른 유통가 3세 시대…경영 능력 시험대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01월 10일 07시 57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왼쪽 세번째)가 비비고 로고가 적용된 LA 레이커스 저지를 들고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왼쪽 세번째)가 비비고 로고가 적용된 LA 레이커스 저지를 들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경영 쇄신'과 '세대 교체'가 신년 키워드로 부상하며 젊은 임원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기업이 늘었다.

특히 CJ그룹, 농심, SPC그룹, 사조그룹 등 굵직한 유통 기업이 '3세 경영' 카드를 꺼내 이목이 집중된다. 이들 중 일부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에 속하는 만큼 색다른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J그룹은 2022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 이하 상무대우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임원인 경영리더로 승진하게 됐다.

1990년생으로 만 31세인 이선호 경영리더는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그룹 공채를 통해 CJ제일제당에 입사해 업무 경험을 쌓았다. 1년 4개월여간 자숙의 시간을 가진 이 경영리더는 지난해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했다. 이후 회사의 6대 글로벌 전략제품(GSP)과 관련한 전반적인 성장 전략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비비고와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 글로벌 마케팅 계약 체결을 주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CJ그룹은 2021년도 인사에서 장녀 이경후 CJ ENM 부사장을 승진시킨 데 이어 이 경영리더까지 임원에 오르며 승계 작업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하게 됐다.

SPC그룹은 장·차남이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섰다. 1977년생, 1978년생인 이들 형제는 2000년대 중반 파리크라상에 입사해 경영 승계 작업을 밟아왔다.

장남 허진수 글로벌BU장(부사장)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부사장 직급에 오른 지 7년여 만이다. 허진수 사장은 미국,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파리바게뜨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여온 성과를 인정 받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조인트벤처(JV) 전략으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2016년 '쉐이크쉑'을 국내에 들여와 주목 받았던 허희수 부사장은 그룹 계열사인 섹타나인 책임임원으로 지난해 11월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섹타나인은 디지털 마케팅 전문 기업으로 해피포인트, 해피오더 등 모바일 커머스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15분에서 1시간 이내 상품을 배송해주는 '해피버틀러' 서비스를 론칭하고 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농심도 지난해 12월 1일자로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장을 구매담당 임원(상무)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1993년생인 신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2019년부터 농심에서 일해왔다. 2021년도 인사에서 부장으로 승진했으며 이후 1년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신 상무는 그간 경영기획과 예산 관련 업무를 맡다가 이번 인사에서 구매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품제조업이라는 농심의 사업 특성상 구매담당은 현장 감각을 익히는 데 필수적인 분야로 거론된다.

특히 신동원 회장이 그룹 회장직만 유지하고 경영은 박준·이병학 대표이사에 맡기기로 한 만큼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고(故) 신춘호 회장도 회장 승진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아들인 주지홍 식품총괄 본부장(부사장)도 이번 정기인사에서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의 사업 재편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과 신제품 개발, 제품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주 신임 부회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리노이 대학교 경제학 석사, 미시간대학교 앤아버 MBA를 거쳐 2011년 사조해표 기획실장으로 입사했다. 2014년 사조해표 경영지원 본부장을 맡으며 경영 보폭을 넓혔으며 2015년부터는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 그룹의 식품부문을 이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오너가 3·4세들의 승계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신사업 등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