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신탁은 주로 고령층이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수단으로 선택해왔으나 최근 은행들은 생애주기와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에 맞춰 다양한 신탁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탁은 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처분하기 위해 은행, 증권사, 신탁회사 등 금융사에 관리·운용하도록 맡기는 제도다. 금전을 맡기는 금전신탁과 채권·부동산 등을 맡기는 재산신탁으로 나뉜다. 안정적인 금융사에 재산을 맡겨 불리거나 관리할 수 있어 일본, 싱가포르 등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나라들은 일찍이 신탁사업이 활성화돼 있다.
우리나라 역시 신탁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5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증권, 보험, 부동산신탁회사의 수탁총액은 1089조5000억원이다. 2016년 말 기준 수탁액은 약 716조원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신탁업 점유율은 은행이 43.9%로 가장 높았고 부동산신탁회사(28.0%), 증권(26.5%), 보험(1.6%) 순이다.
은행들은 급격한 고령화와 MZ세대의 유입에 따라 전통적인 상속·증여 형태의 신탁과 생의 주기에 맞춘 의료·상조신탁,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 등 상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의 생애주기(Life Cycle)에 맞춰 상조신탁, 메디케어 신탁, 증여신탁, 기부신탁 등 상품의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3일 출시한 '신한 S Life Care 상조신탁'은 우량 상조회사인 교원라이프, SJ산림조합상조와 협업해 위탁자 사망 시 유가족이 상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의료비 목적으로만 출금할 수 있도록 위탁하는 메디케어 신탁, 사후 지정 학교에 기부하도록 재산을 관리하는 기부 신탁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나온 신탁상품을 보면 나이제한 없이 트렌드와 고객의 선호도를 반영한 상품"이라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신탁 외에도 ETF 등 젊은 층을 겨냥해 나온 신탁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는 현재의 즐거움을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와 함께 자산 축척과 은퇴준비에 관심이 많아 직접투자, 해외투자, 가상화폐 등으로 재테크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모습도 함께 보인다. 이에 발맞춰 하나은행은 지난 8일 신탁 플랫폼인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의 '찾아가는 대면 상담 서비스'에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추가해 디지털과 모바일 환경이 친숙한 MZ세대를 겨냥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7일 자산승계 통합 브랜드 'KB위대한유산'을 출시했다. 금전, 부동산, 유가증권 등의 재산을 신탁하고 노후생활과 재산 증식, 사휘 재산 분배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 전통적인 상속·증여신탁 라인업을 강화했다.
국민은행은 사람이 아닌 동물로도 시야를 넓혔다. 지난 2017년 9월 반려동물 신탁 상품인 'KB펫코노미신탁'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 'KB반려행복신탁'을 선보였다. 반려동물을 위한 쇼핑, 여행, 장례 등 부가서비스 혜택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와 산업이 발달되고 상속에 관심 갖는 고객도 늘면서 새로운 문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고객 맞춤형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