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만 여명의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맟춘 '품질제보센터'를 운영키로 하는 등 제품을 통한 브랜드 관리에 전 직원이 발 벗고 나섰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취임일성이 구체화 되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의 이 같은 전사적 품질 강화 노력이 삼성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가전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 '품질제보센터' 운영, 6시그마 추진팀 신설
LG전자는 2일 3만여 명의 국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품질제보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 임직원이 공공장소에 설치된 자사 제품을 모니터링 해 고장 등의 문제를 이 센터에 제보하면 담당 부서가 48시간 이내 조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LG전자는 최고경영자 직속의 6시그마 추진팀을 신설하고 6시그마 전문가인 최경석 상무를 팀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6시그마는 품질혁신과 소비자 만족을 위해 전사적으로 실행하는 경영 핵심 전략을 의미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브랜드강화와 임직원의 주인의식 고취가 이번 조치를 단행하게 된 배경이라고 강조했으나 업계의 분석은 달랐다.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 업체에 비해 제품 및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그간의 소비자 평가가 실적부진으로 이어지자 '바닥'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는 위기감이 내부적으로 형성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LG전자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품질제보센터'를 개설한 점과 이보다 앞서 이례적인 사령탑 교체를 단행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LG전자는 3분기 국내외 사업장을 합한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3조4290억원, 영업손실 1852억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기 대비 6.81%, 전년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빠르게 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더딘 대응, 에어컨 사업의 적자 등이 LG전자의 부진한 3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올해 2분기부터 본격화된 LG전자의 실적 부진은 '사령탑 교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3년이 넘도록 LG전자를 이끈 남용 부회장이 자진 사퇴하고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지난달 1일 LG전자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것.
◆ "국내 소비자들부터 만족시키겠다는 LG전자의 각오"
임기 중 경영진을 교체하는 '극약처방'을 LG전자 스스로 내린 것으로,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그대로 녹아있다.
여기에 사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품질제보센터'가 운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일각에서는 LG전자가 내수시장을 확고히 한 뒤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발돋움 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식의 반응이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내부적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분위기가 형성 됐을 것"이라며 "이번 센터 운영은 국내소비자들부터 만족시키겠다는 LG전자의 각오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구 부회장의 LG전자 취임일성도 여기에 힘을 싣는다.
LG전자의 이번 행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국내 타 가전업체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마다 기업문화에 따른 제도가 있기 마련"이라며 "LG전자와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생산부터 마케팅부서까지 품질 관련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아직 여력이 부족하지만 '품질 신뢰성 연구소' 운영 등 자체적으로 품질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며 "아직 전 직원이 참여하는 제도는 없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실적 부진에 따른 그간의 '위기설'을 떨치고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