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본입찰 D-15…치열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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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본입찰 D-15…치열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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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인터넷뉴스팀]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 마감(11월12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경쟁은 입찰이 가까워지면서 치열한 신경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적통성'을 주장하고 있는 현대그룹은 3차례에 걸친 광고를 통해 현대차그룹을 거세게 공격하고 있는 반면, 자금력이 우위에 있는 현대차그룹은 상대방의 공격에는 대응하지 않은 채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현대가(家)' 기업의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채권단과 업계에서는 입찰이 과도한 '베팅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발생할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인수에 성공한 업체가 오히려 하고도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다.

단순한 가격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 능력과 비전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D-15 두 그룹 무엇을 하고 있나 =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에 대한 데이터 실사를 통해 적정 인수가를 산정하는데 막판 총력을 쏟고 있다.

기업의 자금 여력에 따라 같은 자산도 다르게 평가되는 등 데이터 실사를 통해 베팅하고자 하는 금액이 정해지는 만큼 승리할 수 있는 최적의 인수가격을 계산하는 것은 인수 준비의 하이라이트다.

현대차그룹은 자금이든 경영능력이든 모든 면에서 인수를 자신하면서 오는 2020년 현대건설을 수주 120조원, 매출 555조원의 글로벌 종합 엔지니어링 업체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잔액만 12조원(6월 말 기준)에 달할 만큼 풍부한 유동성을 가지고 있어 별도의 신규 회사채 발행도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부 자금만으로 인수전을 치르는 만큼 자금 동원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한다.

현대그룹은 최근 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총 45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채를 발행하며 추가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2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지만 19개 증권사가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다 가급적 많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증액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애초부터 인수 목적으로 1조5천억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추가로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과 자금 조달 능력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시장에서 최대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증권 노조가 집회를 여는 등 일부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 반대 여론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도 과제로 떠올랐다.

◇ 현대그룹 공세에 현대차 무대응..신경전 가열 = 물밑으로 진행되는 자금 확보전과는 별개로 현대그룹은 대대적인 광고 공세로 심리전에 나서고 있다.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공고를 앞둔 지난달 21일부터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TV광고로 일찌감치 여론조성에 나선 현대그룹은 지난 4일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로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에 전념하라고 공격했다.


이어 18일에는 현대건설 인수에 부정적이던 현대차그룹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비난하는 신문광고를 낸 데 이어 이번 주부터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지 않겠습니다. 시세차익을 노리지 않겠습니다.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습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선 것을 두고 비상장 건설회사인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넘기려는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는 업계 일각의 관측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두 기업 간 공방이 자칫 현대가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칠 경우 타격을 입는 쪽은 자사와 정몽구 회장이라는 점을 우려해 일체 대응을 삼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이 남은 2주간 광고로 공격을 계속할지는 미지수다. 현대차그룹의 무대응으로 김이 빠진데다 '정몽헌 회장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진위논란이 벌어지는 등 광고 효과가 의심된다는 내부 기류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옛 사주로서 사재 출연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평가해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먼저 달라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채권단에 요청했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는 이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 평가기준은?..'승자의 저주는 피해야' =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인 현대건설 인수전이 과열로 치닫는 경우다.

양측이 사활을 건 베팅을 감행하고 이로 인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유동성 위기에 빠져 결국엔 실패한 M&A로 기록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는 대표적인 사례다. 금호그룹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수에 성공했지만 인수 금액 6조원 중 3조원을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조달했고 당시 체결한 '3년간 보장수익률 연 9%와 풋백옵션'이라는 약정이 독이 되면서 워크아웃의 시련을 겪게 됐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2006년 6288억원에서 2009년 2195억원으로 급감한 금호는 결국 무리한 자금 조달이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 셈이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포스코, GS 등 강력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자금 조달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 결국 인수를 포기하고 3천150억원의 이행보증금만 날렸다.

한화는 당시 6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대한생명 주식, 인천 부동산, 장교동 사옥, 갤러리아 백화점, 한화리조트 등의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탄 부족에 따른 인수대금의 분할 납입안이 부결되면서 손을 들어야 했다.

과도한 가격경쟁이 부른 실패 사례는 해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은 2007년 사업 확장을 위해 ABN암로 인수를 추진하면서 경쟁자인 바클레이즈를 이기기 위해 710억파운드(126조3천억원)를 베팅해서 인수에 성공했지만 금융위기로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됐다.

타임워너는 아메리카온라인(AOL)을 합병하기 위해 2840억달러(317조2280억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한 뒤 어려움에 빠져 대량 해고 등을 감내해야 했다.

무리한 외형 확장의 위험에 대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진행한 M&A의 61%, 매킨지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M&A의 62%가 기업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가치를 저해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현대건설 매각제한 지분 35% 중 7.90%를 보유한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은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서 가격 외에도 인수주체의 자금조달 능력과 경영 비전을 중점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그러나 여기에 현대건설 인수자가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경영할 능력과 M&A 성공 경험 등도 중요한 잣대로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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