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은 편안하고 조용했다.
오프로드(비포장도로)를 지향한 크라이슬러의 지프 '그랜드 체로키'가 도심 주행용 세단과 같은 편안한 차로 새롭게 다가왔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4세대 지프인 '올뉴 그랜드 체로키'를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2일부터 한국 시장에서 판매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차량은 크라이슬러가 거의 3년 만에 우리나라에 내놓는 신차다.
차량 출시를 앞두고 지난 8일 영종도 일대에서 기자 시승회가 열렸다.
시승은 험한 진흙길과 자갈밭, 쭉 뻗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번갈아 이뤄졌다.
차를 처음 본 순간 직전 모델인 그랜드 체로키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그랜드 체로키 만의 전체적인 틀을 유지했지만 한층 세련돼 보였다.
특히 7개의 공간으로 나뉜 수직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을 더 많이 적용해 더 웅장하고 강력한 인상을 줬다.
헤드램프는 둥근 모양 두 개를 붙여놓은 기존의 모양에서 곡선을 가미한 사다리꼴을 적용해 현대적인 감각이 묻어났다.
운전석에 앉자 가죽으로 덧대 스티치 마무리를 한 센터페시아 상단이 눈에 들어왔다. 앞과 옆면의 나무 장식으로 고급스러움을 살렸는데 수작업을 거쳤다고 했다.
시승 차량에는 장착이 안 돼 있었지만, 차량 전면부터 후면까지 연결된 '커맨드뷰 파노라마 선루프'는 중간에 프레임이 없어 개방감을 높였다고 한다.
뒷좌석은 공간이 구형보다 10㎝ 길어졌고, 앞뒤로 12도까지 등받이를 조절할 수 있어 안락함을 더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지프인가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한적한 도로에서 속도를 높였더니 금세 시속 140㎞를 넘겼는데 소음이 생각보다 적었다. 세단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옆 사람과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굉장히 신경 쓴 부분"이라고 했다.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재가 포함된 이중차단 사이드 윈도를 채택해 구형 모델보다 30% 이상 조용해졌다는 것이다.
딱딱했던 기존 지프 차량의 이미지를 고급형으로 전환하려는 크라이슬러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앞으로 크라이슬러 신차에는 모두 이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다.
도로를 지나 울퉁불퉁한 좁은 자갈밭과 진흙길에 접어들었다.
이 차량이 부드러운 도심 주행을 강조했다고 하지만 역시 오프로드 차량의 진가가 나타났다.
차량은 움푹 팬 길에 그대로 반응하며 차체를 묵직하게 잡아줬고, 서스펜션은 진동을 최소화했다.
특히 가죽시트가 온몸을 감싸고 있고 머리 받침대가 푹신하고 부드러워 피곤함이 덜했다.
이 차에는 최적의 운전모드를 제공하는 '셀렉 터레인 시스템'이 적용됐다.
젖은 잔디와 진흙길을 달릴 때 사용하는 '샌드/머드 모드', 후륜구동으로 전환해 주행 성능을 즐기는 '스포츠 모드', 눈길 전용인 '스노 모드', 오프로드 전용인 '록 모드', 일반도로 주행 시 설정하는 '오토 모드' 등 5가지가 그것이다.
여기에 차체 높이를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콰드라 리프트 시스템'을 채택해 어떤 도로 조건에서도 최적의 주행을 보장한다는 게 크라이슬러코리아의 설명이다.
최고급형인 오버랜드 모델에는 제동시간을 고려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주는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이 장착됐다.
7.8㎞/ℓ인 연비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크라이슬러코리아 측은 "경쟁차종과 비슷하다"며 내년 상반기 출시될 디젤형은 연비가 한층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고급형이 5590만원, 최고급형인 오버랜드가 6890만원이다.
기존 모델의 고급형이 6120만원이고 각종 첨단ㆍ편의사양이 추가된 점을 감안하면 1200만원 이상 저렴해졌다는 설명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이 차를 올해 300대, 내년에 1500대 판다는 목표를 잡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