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인터넷뉴스팀]추석 이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큰 장이 선다.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외환은행, 현대건설 등의 주인찾기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각각 누구의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금융권과 해당업계의 판도를 바꿀 만한 `대어급' 매물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다.
금융권은 특히 최근 발생한 `신한사태'가 우리금융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 실사 착수..'신한사태' 불똥튈까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JP모건 등 3개 증권사는 지난 13일부터 우리금융 실사를 진행 중이다. 약 40일간의 실사를 마치면 11월초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예보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뿐 아니라 금융산업 발전 측면도 봐야 한다"며 "감독당국이 생각하는 모범적인 지배구조의 윤곽이 잡히면 인수자나 공적자금위원회도 이를 감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주인이 있고 없음의 장단점도 금융산업 발전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사태를 계기로 소유지분이 분산돼 있는 금융회사에서의 전문경영인 장기 집권과 독단 경영행태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일각에서 금융회사도 `확실한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권은 그러나 현행법상 은행 등 개별 금융기관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할 수 없고 금융지주회사도 지분을 100% 가져야만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데다,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의 의결권 있는 지분 9%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우리금융이 `확실한 주인(대주주)'을 찾기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 철학이 바뀌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과점 주주 체제의 민영화를 원하고 있고 하나금융은 하나금융 주도의 컨소시엄을 만들어 정부의 우리금융 지분 57% 중 일부를 사들이도록 한 뒤 나머지 지분(약30%)은 합병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외환銀 매각, 10월에 가닥
호주 ANZ(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은행의 외환은행 실사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ANZ은행은 10월에 외환은행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격이다.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보유한 미국계 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6월말 기준 장부가치가 주당 1만2천500원인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주당 1만5천원 이상(총 5조원 안팎) 받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ANZ은행은 그동안 인수 희망가를 3조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실사 이후 양측이 가격차를 좁힐지가 관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가격을 낮춰 협상에 응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국내 금융회사들이 우리금융 민영화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고, 신한사태 여파로 지배구조 개편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관심이 더 멀어졌다는 점을 론스타도 의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매각공고 눈앞
채권단은 오는 24일 현대건설 지분 매각 공고를 내고 11월 초 본입찰을 실시해 12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이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매각 주관사들이 유효 경쟁을 위해 현대가(家) 이외에 다른 그룹을 끌어들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현대가가 아니더라도 유동성이 있는 기업이 들어와 지금처럼 현대건설에 투자한다면 현대건설은 독자적인 기업으로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되,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는 현대그룹에 넘기기로 양측이 막판에 합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현대건설 매각 문제는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이 돼야 한다"며 "인수자의 경영능력도 봐야 하지만 공정경쟁이 가장 중요하고, 가격도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도 대기 중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인수작업을 11월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한 차례 매각에 실패한 대우조선해양도 연내 매물로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임기인 내년 6월까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고, 최근 조선업황이 살아나는 등 매각 환경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황이 회복세를 보여 매각하기에 좋은 시점"이라며 "정부와 상의해 매각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은 답보상태다.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대한 보유 지분을 15%로 묶어놓고 인수자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 인수설이 돌았으나, 현대중공업은 이를 부인했다.
따라서 채권단은 연말까지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새로운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