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료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던 직장인 이모(34)씨는 화제가 국내 완성차에 대한 정보에 몰려 귀가 솔깃해 졌다.
그간 소유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해 왔던 이씨였으나 차 업계의 가격마케팅 싸움이 근래 들어 정점이라고 판단, 구매를 결심해 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대화에서 오고 간 차량 브랜드는 '아방이', '토숙이' 등 생소했다. 이씨의 물음에 동료 B씨는 "'아방이'는 현대차 아반떼, '토숙이'는 GM대우 토스카"라며 이씨에게 장난기 있는 웃음을 날렸다.
◆ '제네실수', '서민3호'… 최강 상상력
운전자들 사이에 고유의 차량 브랜드명 대신 '애칭'을 부르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온라인에 개설된 각종 차량 동호회가 사실상 진원지다.
'아방이'와 같이 원래 차량명 '아반떼'에 '곡선처리'를 더해 귀여운 혹은 친숙한 느낌을 주는 사례가 있다. 이른바 '마니아형'이다.
반면 차량의 성능이나 특징을 폄하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안티형'도 있다. '제네실수'(현대차 제네시스)나 '모하니'(기아차 모하비)등이 그것이다. 일부 운전자들은 광고문구를 적절히(?)바꿔 의미를 낮게 평하기도 한다.
우선 '마니아형'에는 앞서 언급한 '아방이', '토숙이' 외에도 '쏘렝이'(기아차 쏘렌토), '오필승'(기아차 오피러스), '그랜다이저'(현대차 그랜저), '마팅이'(GM대우 마티즈) 등이 눈에 띈다.
이중 '그랜다이저'의 경우 각을 많이 살린 그랜저 초창기 디자인이 로보트의 외관과 닮았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명의 의미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가령 현대차 '클릭'은 컴퓨터 마우스를 열심히 '클릭'한다는 의미를 붙여 '광클'로 통한다.
이 밖에도 '양푼이'(YF쏘나타), '톨게이트'(그랜저TG), '크레파스'(기아차 크레도스) 등도 큰 의미부여 없는 정감 있는 애칭에 해당한다.
'안티형'에는 다소 과격한 표현이 그대로 녹아있다.
각종 자동차 동호회에 따르면 현대차 제네시스는 이 차량 '안티'들 사이에서 중형도 대형도 아닌 어정쩡한 차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차가 실수한 차량'라는 비난조의 닉네임인 '제네실수'가 탄생한 배경이다.
기아차의 '모하비'는 큰 특징이 없는 차량이라는 이유로 '모하니'(뭐하니)로 불리며, 쌍용차의 '로디우스'는 광고에 쓰인 '신들의 산책' 문구를 '신들의 실책' 또는 '신들의 주책'으로 희화화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 GM대우 베리타스='람보르기니 보다 찾기 힘든 차'
GM대우의 '베리타스'는 '람보르기니 보다 찾기 힘든 차'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희소가치 상위에 있는 이탈리아의 스포츠카로, 베리타스의 저조한 국내 판매량을 비꼰 것이다. 지난 2008년 출시한 베리타스는 올해 들어 7월까지 600대에 못 미치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가장 억울한 경우에 속한다.
SM3∙5∙7로 이어지는 SM시리즈가 '서민3호', '서민5호', '서민7호'로 안티들 사이에서 불려 차량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일정부분 깎는다. 이 회사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5 역시 '국민5호'로 대(?)를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유야 어떻건 재미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 관계자는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의 크다는 의미"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별명들이 있긴 하지만 차량은 성능으로 말하는 만큼 (운전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뜻으로 불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처음 보는 별명들도 있다. 상상력이 대단한 것 같다"며 "보다 좋은 별명이 붙을 수 있도록 품질을 높여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