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 기업의 물량 공세와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밀린 지방 소주들은 공장 증설, 리브랜딩 등을 통해 '옛 영광' 되찾기에 나섰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좋은데이'를 생산하는 무학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01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1362억원보다 25% 가량 줄었다. 영업손실은 25억83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잎새주'와 '부라더 소주'로 유명한 보해양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보해양조의 매출은 377억원으로 전년동기(505억원)보다 25% 감소했다. 88억86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역 터줏대감'이라는 지위도 위태로워졌다. 무학, 보해양조, 한라산소주의 과거 점유율은 80~90%에 달했지만 최근 들어 50~60%선으로 급감했다.
저도주 열풍이 불던 2015년께 체계적인 계획 없이 수도권 진출을 감행했다가 '쓴 잔'을 맛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대기업의 물량 공세에도 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보 후퇴'했던 지역 소주 브랜드들은 공장을 증설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수도권 재진출 및 해외 수출을 통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무학은 터전을 닦아온 영남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도권 진출을 위한 기틀을 닦기로 했다.
무학의 부산지역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50% 아래로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본사가 자리한 경남에서도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약진 속에 점유율이 90%에서 70%대로 떨어졌다.
부진을 씻기 위해 최재호 회장이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등 고강도 경영혁신을 통해 2020년 전국 점유율 15%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생산공장을 현지화해 현지 고객의 취향에 맞춘 상품을 개발하고 해외 마케팅역량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영업이익의 15%를 사회공헌활동에 기부하고 지역 주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지역민과 함께하는 나눔 문화를 조성할 방침이다. 동시에 수도권 공략을 위해 충북 충주메가폴리스 산업단지 내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에 이어 신세계의 '제주소주'까지 진입하며 경쟁이 뜨거워진 제주 터줏대감 한라산소주도 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한라산소주는 최근 신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존 생산능력(BPM)은 분당 330병으로 일 14만병에 그쳤지만 신공장에서는 BPM이 분당 600병으로 늘어 25만병 가량을 생산할 수 있다. 늘어난 물량을 서울∙수도권에 공급하며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해외 수출은 국내에서의 입지를 다진 후 전개한다.
다만 과거 80~90%에 달했던 점유율이 현재 60% 수준으로 하락한 만큼 신공장 투어 등을 통해 '제주 향토기업'으로서 스토리텔링을 이어갈 예정이다.
보해양조의 경우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보해양조는 지난 8월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를 통해 잎새주, 복분자주, 매취순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이뤄진 남북 고위급 회담 당시 만찬주로 복분자주가 쓰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해 복분자주의 판매량도 덩달아 늘었다.
충청권 주류 기업인 맥키스컴퍼니도 이달부터 기존 '오투린' 소주의 브랜드명을 '이젠 우린'으로 변경했다. 저도주 트렌드에 맞춰 도수도 기존 17.8도에서 17.2도로 낮췄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 여력이 충분하지만 향토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소주와 맥주를 묶어서 판매하는 등 프로모션이 용이하고 전국적으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것도 대기업과의 경쟁이 힘들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