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한 PC에서 '이레이저' 프로그램 발견…2010년 '민간인 사찰의혹' 때도 쓰여

19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이달 14일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에서 이 같은 정황을 찾았다. 수사팀이 현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다수 직원의 컴퓨터에 데이터 삭제전용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을 확인한 것.
이 삭제 프로그램의 이름은 '이레이저'로 알려졌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무작위로 생성된 데이터에 수차례 덮어쓰는 방식으로 전에 있던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2010년 옛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을 때 이 프로그램을 쓴 게 밝혀졌었다.
검찰은 2015년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이후 현재까지 내사를 받아온 KAI가 최근 직원들에 이 프로그램을 사용케 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에 따라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와의 관련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압수수색에 착수한 것도 최근 KAI에서 삭제전용 프로그램을 대량 구입해 증거인멸에 나선다는 첩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하드디스크 복사본에 디지털 증거 분석(포렌식) 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검찰은 자료가 복구되는대로 KAI 임직원들이 이 삭제 프로그램을 실제 사용한 건지 여부와,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어떤 자료들을 지우려 했는지를 파헤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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