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스라엘-이란 무력충돌에 직접 개입…최신 벙커버스터 첫 투하
트럼프 "이란 평화 없으면 더 강력 공격"…이란 "주권수호 모든 선택권"
이란-이스라엘 미사일 공방·후티도 미군 공격 예고…중동분쟁 중대기로

컨슈머타임스=인터넷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1일(미 동부시간 기준·이란 시간 기준 22일 오전) 미 군사력을 활용해 이란의 핵 시설을 직접 타격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의 이란에 대한 폭격은 처음이다.
이번 공격은 이란 시간 기준으로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선제 공습을 감행한 뒤 두 나라가 무력 충돌을 주고받은 지 9일만이다.
이란에 대한 직접 타격을 고심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향후 2주내에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최대 2주간의 협상 시한을 부여하는 듯한 발언을 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기습 공격이기도 하다.
미국의 개입에 따라 중동 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의 직접 개입 시 중동 내 미군 기지 등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예고해왔다는 점에서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의 향후 대응에 따라 확전이냐, 조기 종전이냐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항공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빠져나왔다. 안전하게 귀환 중"이라며 "주요 목표 지점인 포르도에 폭탄 전체 탑재량이 모두 투하됐다"고 덧붙였다.
포르도는 대표적인 이란의 핵 시설의 심장부로 불리는 시설로 이곳에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등이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루스소셜 게시물에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날 군사작전이 "극적인 성공"이라며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전적으로 제거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공격 목적에 대해 "이란의 핵농축 역량을 파괴하고 세계 최대 테러 후원 국가가 제기하는 핵 위협을 저지하는 것이었다"고 명확히 한 뒤 "우리는 이런 역할에 그들(미군 장병)의 서비스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에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표적이 더 많이 남았다는 것을 기억하라. 만약 평화가 빨리 도래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런 다른 표적들을 정밀하게, 신속하게, 숙련되게 공격할 것이다. 대부분은 불과 몇분 안에 제거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아울러 미국은 이날 이란과 외교 접촉에서 핵시설 공격이 미국 계획의 전부이며, 이란의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CBS 방송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란이 40년간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쳐온 점이나, 미국인 1천명 이상과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사망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이번 공격이 정당한 무력행사임을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집권 1기 때 미국이 표적 공습으로 제거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살해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의 공습에도 일단 이란 핵시설 3곳의 외부 방사능 수치는 증가하지 않았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밝혔다.
미국의 공격을 받은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발사로 대응에 나섰다.
AFP 통신은 이란 파르스 통신은 인용, 이란군이 '정직한 약속 3' 작전의 20번째 공격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을 비롯해 생물학 연구 센터, 군수기지, 지휘통제 센터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자국 중부와 북부를 향해 날아온 이란발 미사일 약 20발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전역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고, 최소 16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이 구조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아침의 사건은 터무니없고 영원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유엔 헌장과 정당한 자위적 대응을 허용하는 조항에 따라, 이란은 주권과 이익, 국민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선택권을 갖는다"고 경고했다.
이후 이스라엘도 이란 공격에 가세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서부의 군사 목표물을 향해 일련의 공습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도 즉각 미국을 비난하며 보복을 다짐했다.
후티 반군 정치국 소속 무함마드 알부카이티는 알자지라 무바셰르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대한 후티의 대응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티 정치국 위원 안사르 알라도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응해 홍해에서 미군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시간 흐름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NSC 회의에서 이란 공격 감행을 최종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란과의 직접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진 상황이 이번 공격 결정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미국과 대화할 수 없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중단시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당국은 공식적으로 이번 공격에 어떤 군사 자산이 활용됐는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들은 B-2 스텔스 폭격기와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현존 유일한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 GBU-57'(이하 벙커버스터)이 활용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미군이 포르도에 벙커버스터 GBU-57 12발을 투하했으며, 다른 핵 시설에는 토마호크 미사일 30여발이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B-2에 일반적으로 벙커버스터를 2개 탑재할 수 있는 점으로 미뤄 포르도 핵 시설 타격에는 B-2 폭격기 6대를 투입했다고 전했다.
B-2 폭격기 여러 대는 이날 미국 미주리주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괌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미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지만, 이 폭격기들이 이번 작전에 동원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작전이 완벽한 승리였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외국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이번 공격을 통해 이를 어긴 셈이어서 지지세력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이란에 대한 직접 타격을 저울질하면서 보수 성향 논평가 터커 칼슨, 집권 1기 백악관 고문을 지낸 스티븐 배넌 등 일부 트럼프 지지층에서는 미국의 개입이 지지층을 배신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또한 집권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는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하고 있지만, 공화당의 일부 전쟁 반대주의자와 야당인 민주당의 경우 의회의 승인 없이 전쟁에 직접 개입한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정치적 논란도 거셀 전망이다.
미국 외부에서의 비판도 곧바로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미 벼랑 끝에 내몰린 지역에서의 위험한 확전이며, 국제 평화 및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