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의 공판에서 이 같이 말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정씨에게 "어머니에게서 '말을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말을 듣고 '살시도가 내 말이구나'라고 생각했나"라고 물었다. 정씨는 "그런 말은 들었지만, 내 말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정씨는 "어머니 말을 듣고 살시도를 구입했거나 (소유권 문제가) 잘 해결돼서 우리가 말을 소유하게 된 거로 판단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최씨가 독일에서 중개업자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트로부터 세 필의 말을 구입했으며 처음 '살시도'를 샀을 때는 삼성이 대금을 낸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씨로부터 "삼성이 너만 지원해준다고 소문이 나면 시끄러워지니까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삼성이 살시도를 사 줬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정씨는 당시 최씨가 "삼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토 달지 말고 이름을 바꾸자"고 말했고, 실제 이름을 '살바토르'로 바꿨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승마협회 인터넷 사이트에 살시도 소유자가 삼성으로 기재된 걸 보고 삼성에서 말 이름을 바꾸라고 해서 바꾸게 된 것"이라며 "'공주승마' 논란이 됐는데 삼성 말을 타는 게 알려지면 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최씨가) 말했다"고 부연했다.
정씨는 또 "(승마코치인) 캄플라데로부터 '최씨와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가 코펜하겐에서 만나 말을 바꾸는 문제를 얘기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아무리 어머니가 임의로 처리한다 해도 안드레아스가 (삼성에) 분명히 얘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정씨의 증언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삼성이 정씨에게만 몰래 말을 사주는 방식으로 지원한 뒤 이 같은 사실이 노출될까 우려해 말을 교체한 사실이 정씨의 증언으로 드러났다"며 "캄플라데는 말 교환 계약을 몰랐다는 삼성 주장이 거짓이라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인은 "정씨는 승마 지원 관련 각종 계약서를 본 적도 없고, 증언 내용은 전부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받는 정씨가 3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상황을 모면하려 특검이 원하는 대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맞섰다.
정씨는 삼성이 처음 제공한 말 '비타나V' 등 세 필을 '블라디미르' 등 다른 말로 바꾼 이른바 '말 세탁'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