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휴렛패커드(HP)가 국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회사 일부 프린터 제품이 턱없이 부족한 양의 잉크가 탑재된 채 시중에 유통중인 것으로 드러난 탓이다. 그 과정에서 판매자 측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제품정보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악덕상술'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HP코리아 측은 제품설명서 등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표기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며 소비자 부주의로 책임을 돌려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 "A4용지 50장 인쇄에 잉크 바닥나"
김모(서울시 양천구)씨는 최근 사용 중이던 HP프린터에 문제가 발생해 수리차 주거지 인근 전자제품 판매점을 찾았다.
이곳 직원 A씨는 "프린터를 수리할 경우 수리비 2만원과 잉크 값 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며 "차라리 (프린터 기능이 있는) 7만9000원짜리 HP복합기를 새로 구입하는 것이 낫다"고 김씨를 설득했다.
새 제품인데다 잉크도 포함돼 있어, 품질 및 비용 등의 측면을 고려했을 때 기존 제품을 수리해서 쓰는 것 보다 이득이라는 얘기다.
김씨는 복합기 가격만 지불하면 프린터용 잉크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재차 확인했고, A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런데 복합기를 일주일 정도 사용했을 무렵 김씨를 황당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됐다. 사용량이 많지 않았음(A4용지 50장 정도의 문서 출력)에도 불구하고 프린터의 잉크가 소진됐던 것.
김씨는 평소 새로 장착한 잉크 하나로 A4용지 수 백장을 출력해 왔던 터라 기기고장을 의심했다.
김씨는 이 같은 사실을 A씨에게 알렸다. 이에 A씨는 "원래 새로 산 기기에는 잉크가 30~40%만 채워져 있다"며 "새로 정품 잉크를 구입해야 한다"는 뜻밖의 답변을 내놨다.
김씨는 "구입 당시 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라며 "새 잉크가 들어있다고 해서 구매를 결심한 것인데, 한 달도 못쓰고 바닥나는 잉크가 장착된 제품임을 사전에 알았다면 기기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격하게 항의했다.
한국HP 측은 '소비자 부주의'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판매점의 '고지의무 소홀'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김씨가 구입한 제품은 평소 문서출력량이 적은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 제품에는 '초기잉크' 즉, 적은 양의 잉크가 들어있고 제품 포장상자 및 설명서에 명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 "고객들도 제품 특성 꼼꼼히 확인해야"
이어 그는 "제품 구입시 김씨가 사용설명서 등을 꼼꼼히 살펴 보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 대목이나 "판매점에서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안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부연,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을 상기했다.
아울러 그는 "해당 판매점을 파악한 뒤 시정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김씨에게는 새 잉크를 배송하는 것으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전했다.
불충분한 고지의무와 소비자 부주의가 빚어낸 '해프닝'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나, HP에 대한 여론은 따갑다.
한 소비자는 "감언이설로 소비자를 현혹시켜 새 제품을 구매하게 해 놓고 문제가 불거지자 '모르쇠'로 일관하는 악덕 판매상술"이라며 "유사사건 여부에 대해 HP 본사차원에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해야 추가적 피해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등 외신에 따르면 불량 HP 노트북PC를 구입한 170여명의 중국 소비자들이 최근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AQSIQ)에 고소장을 제출, 리콜 및 금전 보상 등 시정명령을 내려달라며 HP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