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삼성합병 찬성 압박, 장관으로서 경솔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을 압박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혐의와 관련해 "장관으로서 경솔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 전 장관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진술조서에 따르면 문 전 장관은 "2015년 7월 복지부 현황 보고 회의에서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의결권전문위) 소속 위원들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는 쪽이 다소 우세하지만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고 진술했다.
또 "과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동료로 있던 의결권전문위 위원에게 의중이 어떤지 물어볼 수 있다"고 당시 회의에서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을 조사하면서 "담당자에게 '이건(삼성합병은) 100% 슈어(sure, 확실하게) 돼야 한다, 의결권전문위 위원별로 상세한 대응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 전 장관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담당자 진술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복지부에 '삼성합병 의결권행사 안건을 의결권전문위에 부의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직후다.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의결권전문위 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합병에 반대할 것을 우려해 안건을 투자위원회에서 다루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본다. 실제 2015년 7월10일 열린 투자위원회에서 삼성합병 안은 위원 12명 중 8명이 찬성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의결권전문위 위원의 성향을 파악해 찬성을 받아내도록 회의를 열고 실제 찬성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파악되자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게 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전 장관은 "(복지부) 회의 참석자 모두가 합병 찬성을 성사시키도록 국민연금에서 해줘야 한다는 묵시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장관으로서 책임 있는 발언을 했어야 하는데 경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해를 산 것은 불찰이지만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청와대에서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여러 상황이나 친분을 고려하면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김진수(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 라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