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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동부그룹(회장 김준기)이 '동부'를 떼는 것을 골자로 한 사명변경 여부를 두고 '장고'에 빠졌다.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부제철과 동부특수강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이탈, 브랜드 정체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동부 브랜드 원 소유주인 동부건설 매각 여파로 브랜드 사용료 지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새이름 새출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는 가운데 경우에 따른 손익계산이 그룹 안팎으로 분주하다.
◆ 사용료 부담되나
동부그룹 사명변경 움직임이 외부로 알려진 건 지난해 말. 전사적 차원의 사명공모 실시가 발단이 됐다. '동부'라는 사명이 메리트를 크게 상실했다는 판단이 근저에 깔려있다.
관련해 동부그룹은 2013년 11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동부제철, 동부특수강, 동부익스프레스 등 주력 계열사들이 매각되거나 독립했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가 떨어져 나간다는 가정법에 비유할 수 있다.
동부를 대표했던 간판 주자들이 자취를 감춘 것. 즉 다른 계열사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동부라는 상호를 패밀리네임으로 사용할 이유가 없어지게 됐다는 의미다.
동부그룹의 모태인 '동부 상표권 보유사' 동부건설이 지난해 6월 사모펀드 키스톤PE에 매각,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개연성이 커진 것도 동부와의 작별 움직임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풍경은 다른 그룹사들 사이에서도 어렵지 않게 포착된다. CJ그룹이 대표적.
'CJ' 상호를 사용하는 각 계열사들의 올해 브랜드 사용료는 CJ대한통운 228억원, CJ제일제당 217억원, CJ프레시웨이 89억원, CJ올리브네트웍스 76억원, CJ E&M 56억원, CJ푸드빌 54억원, CJ헬로비전 50억원 등 총 77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새 식구인 CJ헬로비전을 제외한 6개 계열사의 지난해 사용료는 총 639억원에 달했다. CJ는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계열사 매출액의 0.4%를 브랜드 사용료로 책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SK나 LG등 다른 그룹사들도 비슷한 수준(0.1~0.4%)의 브랜드 사용료를, 포스코(POSCO)의 경우 지주사 체제가 아닌 대기업 중 유일하게 이를 받고 있다.

◆ "분위기 반전 노릴만한 방편"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17여 개의 계열사가 브랜드 공동 상표권자로 설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스톤PE 측이 동부그룹에 브랜드 사용료를 요구하는 경우 이를 피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구조조정 이전과 비교해 사세가 축소된 동부그룹임을 감안했을 때 큰 비용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매각된) 동부건설 측에 (동부) 브랜드 사용료 지급 등을 포함해 (사명변경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만약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면 (동부를 떼고) 새로운 사명으로 가는 것과 장단점을 비교해보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세가 급속히 기울어진(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시대에 동떨어진 기업의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젊은 마인드로 재무장해 새출발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사명을 과감히 변경하는 것도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는 방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