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방문이 잦은 소비자들에게 휴대전화 관리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간 '15만원'
지난달 8일 필리핀으로 단체 연수를 다녀온 SK텔레콤(이하 SKT) 사용자 임모씨는 청구서를 통해 휴대전화 요금 15만8000원이 부과된 사실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그는 즉시 상세요금조회를 요청했고, 국내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밍 서비스'를 통해 요금이 발생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필리핀에 머무를 당시 가족 및 지인에게 몇 건의 문자만 보냈을 뿐 장시간 통화한 적이 없던 터라 임씨의 의구심은 증폭됐다.
그는 즉시 SKT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업체 측은 임씨의 해외 통화내역 정보를 전달했다.
임씨는 여기에 장시간 통화기록이 남아있음은 물론, 처음 보는 발신번호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는 통화내역에 기재돼 있는 발신번호로 직접 전화해 상대방 신원을 확인해 봤지만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임씨는 "해외 로밍요금에 대해 소비자가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아무 번호나 찍어서 요금을 청구한 것 아니냐"며 SKT측의 자작극임에 힘을 실었다.
SKT 측의 입장은 달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임씨의 휴대폰에서 발신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로밍사업파트너 측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문제될 만한 정황이 없었다"고 밝혔다.
시스템상으로는 어떠한 이상증상도 감지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어 그는 "특정 발신번호만 문제가 되고 있고 소비자가 단체연수를 다녀온 점으로 미뤄볼 때, 제3의 인물이 임씨의 휴대폰을 몰래 사용 했을 수도 있지 않냐"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임씨가 행정적 절차를 통해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지 않는 이상 의혹은 그대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 '휴대전화 해킹', '제3의 인물'… 풀리지 않는 의혹
정황상 휴대전화 해킹이거나 SKT 측의 발언대로 현지에서 문제가 불거졌을 개연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한적이 없으나 사용한 내역으로 확인되는 경우 소비자의 번호가 도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청사이버수사대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SKT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미지 실추'가 이유다.
한 소비자는 "국내 대표 통신사인 SKT가 이런 일에 휘말렸다는 것 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는 분명한 악영향"이라며 "유사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SKT가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무작위로 전화를 걸던 종전 수법과 달리 출국자의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짓말을 늘어놓는데다, 해외 연락이 까다롭다는 점을 악용한 신종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수법이 최근 등장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다양한 변종수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출국시 현지 비상 연락처를 남기고 송금을 요구하는 전화는 무조건 무시하라고 사용자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