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우유에서 바퀴벌레 반토막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별개로 업체 측이 장시간 피해소비자와의 합의를 통해 사건은폐를 기도한 정황까지 드러나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우유 측은 고개를 숙였다.
◆ "우유팩 압착과정에서 들어간 것 같다"
제보에 따르면 백모씨는 지난해 9월 어린 자녀에게 먹이기 위해 서울우유를 젖병에 옮긴 후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체불명의 검은 물체가 하얀 우유 위에 둥둥 떠있었던 것이다. 다름아닌 반 토막 난 바퀴벌레였다.
백씨는 즉시 서울우유 고객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같은날 오후 업체 직원 A씨가 방문했다. A씨는 "우유팩 압착과정에서 들어간 것 같다"고 잘못을 일부 시인한 뒤 문제제품을 수거해 갔다는 것이 백씨의 증언이다.
며칠 뒤 백씨는 서울우유 관계자로부터 "3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피해보상치고는 미약하다고 생각한 백씨는 "아이와 함께 행사 및 공연을 관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건을 키우는 것이 오히려 정신적·시간적 낭비를 초래,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업체 측은 백씨의 요구를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업체 측은 내부사정을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백씨와 업체 측은 이후에도 보상방법에 대해 수차례 합의를 시도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시간만 허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뒤늦게 불거진 것은 이 때문이다.
백씨는 "우유는 포장용기가 불투명해 내용물을 확인하기 쉽지 않아 이물질을 그대로 섭취 할 수도 있다"며 "서울우유는 각종 인증을 받은 제품아니냐"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서울우유 관계자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제품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된 것에 죄송할 따름"이라며 "문제해결 과정에서 우리 직원들의 미비한 대처로 소비자가 많이 화가 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물질 유입경로와 관련해서는 "자체조사는 물론, 수의과학검역원에 자문을 구했으나 '유입경로를 명확히 밝히긴 어렵다'는 답변이 나왔다"며 "제품생산공정 중 이물질 '필터링' 과정에서는 머리카락 한올도 빠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물질 혼입경로가 '오리무중'에 빠진 상황. 다만 앞서 언급한 A씨의 발언을 염두에 뒀을 때 우유팩 제조과정에서 들어갔을 확률이 큰 것으로 추측된다.
◆ "소비자가 과도한 요구… 합의에 무리"
그는 "우유팩은 하청업체에서 납품 받아서 쓴다"며 "서울우유는 (납품 받은 팩에) 우유를 담고 아랫부분과 윗부분만 밀봉하는 작업만을 한다"고 밝혔다. 이물질 혼입 개연성을 하청업체로 한정, 책임론을 비켜가기 위한 언급인 셈이다.
보상을 둘러싼 입장 차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현재 금전적으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어 합의에 무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가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서울우유 측의 대응방식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한 소비자는 "업체나 기관을 통해 바퀴벌레 상태만 분석해도 유입시점이 나오고, 그에 따라 진위여부가 상당부분 파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우유는 그런 내용 공개도 없이 피해자의 입막음에만 급급, 사건을 숨기려고 했던 것 같아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어떤 이유로 이물질이 제품 속에 유입됐는지 밝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유사사례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업체 측은 공정상의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원인규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우유는 지난해 7월 제조일자 표기도입과 함께 일 평균 800만개 선에 머물던 우유 판매량이 930만개를 웃돌며 유업계 최고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