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빈손'… 변호사는 거액 착수금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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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빈손'… 변호사는 거액 착수금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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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업체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14일 법원의 판결은 집단소송의 한계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첫 소송이 제기된 것은 2008년 4월3일. 당시 원고는 2천78명으로 중간에 포기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는 이날 판결까지 무려 651일을 애태우며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맞이한 것은 배상금이 아닌 `옥션이 해킹을 막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위법 행위가 없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

물론 항소할 수는 있지만, 확정 판결이 날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고 상급심에도 옥션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더라도 피해자들에게 실제 돌아올 배상금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쌈짓돈을 모아 소송을 내고 장기간 기다린 피해자가 `빈손'인 반면 사건을 맡은 일부 변호사는 거액의 착수금을 받았다.

처음 소송을 낸 원고들은 1ㆍ2ㆍ3심을 모두 맡기는 조건으로 A 변호사에게 3만원씩 선불했고 배상금이 지급되면 30%를 성공보수로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이 변호사는 2만2천여명을 대리했으므로 다른 예외가 없다면 단번에 7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1심 소송 비용 명목으로 1인당 1만원씩 받았는데 원고가 10만명 이상이라 10억원을 넘게 모았으며 성공보수는 20%를 받기로 했다.

대리인 중에는 착수금 없이 배상금의 20%만 성공보수로 받기로 하고 2천만원에 달하는 인지대 등을 자비 부담하는 등 경제적 이익보다 업체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소송의 취지를 반영해 조건을 제시한 변호사도 있다.

피해자들은 배상금 자체보다는 다수가 참여해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다룬 업체에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헛고생은 아니라는 의견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소송 결과를 두고 실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 모임 인터넷 카페 회원인 아이디 `j○○○noo'는 "그래도 끝까지 가보겠다. 설사 패소하더라도 심급이 올라가는 만큼 사회적으로 알려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피해자는 "처음부터 당연히 승소할 것처럼 자신 있게 사람들을 부추긴 것도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이런 여론몰이식 소송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적지 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A 변호사는 "1심에서 인지대로만 약 2억원을 쓰고 항소심에서도 1억∼2억원 정도 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원고 정리 작업에만 10명이 투입될 정도로 처리할 일이 많아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큰 이익이 남는 소송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1인당 200만원씩 청구한 것은 당시 모 대기업의 입사지원서 해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에 70만원씩 배상 판결한 점을 감안한 것이고 (결국 승소하면) 배상금에 대한 지연이자도 받을 수 있어 성공사례를 제하더라도 피해자가 일정금액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소송 참여는 개인이 각자가 판단해야 하므로 변호사의 집단소송 수임 자체에 대해 평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외국처럼 소비자 단체가 소송을 내면 그 결과가 여기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미치는 소비자단체소송을 제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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