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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인텔이 ARM과 협력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강화함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일정정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제작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지닌 인텔이 모바일 칩 시장에 뛰어든 만큼 향후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위기감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관련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인텔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 인텔, 모바일 칩 파운드리 시장 '출사표'
6일 IT∙전자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ARM과 함께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텔 개발자 대회에서 신규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인텔이 ARM의 반도체 설계를 기반으로 퀄컴이나 애플용 스마트폰 반도체 칩을 파운드리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 업체들도 자사 칩 개발을 위해 ARM 기술을 이용할 정도로 모바일 시장에서 ARM의 입지는 확고하다. 대부분의 모바일 프로세서 기업들은 ARM에서 설계 도면을 받아 자체 설계를 마치고 파운드리 업체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다.
반도체 제조설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연구∙관리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생산 체제를 갖춘 기업들은 대량으로 반도체 칩 생산을 위탁 받아 이윤을 올린다.
문제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삼성전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텔은 세계 최초로 중앙처리장치(CPU)를 제조한 회사인 만큼 미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 본격화가 삼성전자와 같은 기존 대형 파운드리 회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이유다.
IT기기 제조사들의 부품 공급망이 다변화되며 삼성전자로서는 강력한 경쟁자가 늘어난 셈이다. 일례로 삼성전자와 대만 파운드리 전문업체 TSMC는 애플에 모바일 칩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해왔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칩 설계∙생산이 가능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지만 최근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올 하반기 설비투자 전망치는 75억6100만 달러로 상반기보다 120%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6억1300만 달러로 집계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팀은 7나노미터(nm) 반도체 신 공정을 투자를 통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538억2900만 달러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600억 달러를, 오는 2020년에는 700억 달러를 각각 돌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텔과 ARM이 사물인터넷(IoT)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텔은 데이터센터와 IoT를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 중이며 특히 IoT는 ARM의 전문 분야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IoT 플랫폼 기업 '스마트싱스'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조이언트'를 인수하는 등 IoT 시장 선점을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이 공동으로 '국가 사물인터넷 전략 협의체'를 창설한 만큼 양사 간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 "시장 내 신뢰도 확보해야"
삼성전자 관계자는 "첨단공정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거래선을 다변화해 매출 견조세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성균관대 김용석 교수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은 반도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일"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수율∙가격 뿐만 아니라 사후 지원 등 사소한 부문까지도 충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모바일 기기 제조 업체마다 파운드리 위탁을 맡길 때 복합적인 기준이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기준들에 충실히 입각해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시장 내 신뢰도를 확보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