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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매 후 1주일 후 교환하기 직전의 바나나 모습. 7일이 흘렀음에도 푸른색을 띄는 모습이 눈에 띈다. |
[컨슈머타임스 황유미 기자] 일주일 전 기자는 코스트코 서울 양평점을 방문해 바나나 2송이를 샀습니다.
1송이는 '유기농' 표시가 붙은, 다른 1송이는 유기농이 아닌 일반 '델몬트' 바나나였습니다.
약 1주일 뒤 지인들과의 야유회에 가져갈 거라 푸른색이 살짝 도는 바나나들로 골랐습니다. 그 사이 바나나가 노랗게 변하며 '슈가포인트'가 생겨 맛있지 않을까라는 판단에서였죠.
그렇게 구입한 바나나 2송이를 식탁 위에 고이 모셔뒀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흘렀지만 이상하게도 바나나의 푸른 빛은 그대로였습니다. 이전보다 덜 익은 상품인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3일이 흘렀습니다. 바나나는 여전히 푸른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혹시 알맹이는 익었지 않았을까는 기대로 바나나 한 개를 꼭지에서 떼보려 했습니다.
어찌나 튼튼한지 꼭지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기존의 바나나가 부드럽게 껍질이 찢어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알맹이를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무와 가까울 정도의 식감에 떫은 맛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소 바나나를 즐겨 먹는 저로서도 처음 겪는 현상이었습니다. 다시 살펴보니 3일전에 바나나 한 개가 떨어졌던 꼭지는 끝쪽을 조금 제외하고는 검게 변하는 현상조차 없었습니다.
바나나가 이렇게까지 안 익을 수 있다니. 이례적이었습니다.
전문가에게 문의를 해봤습니다.
신한대학 식품영양학과 김영성 교수는 "일단 변화가 없었다는 것, 썩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다른 걸 떠나서 과도한 농약이 사용됐다는 의미"라며 "특정 바나나가 그랬다는 건 (잔류 농약) 검사 대상에서 그러한 바나나들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과도하게 사용된 농약을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기자는 해당 바나나 2송이 모두 교환했습니다. 교환한 바나나는 다행히 정상적으로 익어가더군요.
만약 익지 않는 바나나를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교환 없이 이런 과다 농약이 뿌려진 바나나를 먹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아찔했습니다.
좋은 물건과 식재료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운영하는 코스트코.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도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코스트코가 한 회사의 카드만을 허용해 배짱영업을 한다는 비판 기사가 보도된 이후 방송내용을 지적하는 여론이 더 많을 정도였습니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형마트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가격과 품질에 대한 만족도인 가격 경쟁력 측면이 5점 기준 4.27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썩지 않는 바나나의 유통은 코스트코가 소비자들의 건강과 직결된 '잔류 농약' 부문에서 면밀한 검사와 확인 없이 상품을 들여온다는 것을 의심하게 하는 사례입니다.
기자는 보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 코스트코에 문의를 했습니다.
코스트코 콜센터 관계자는 "지금은 답변 드리기가 어렵다"며 "회원 번호, 구매날짜, 구매 물품 등이 정확하다면 본사에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본사 연락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시나 확인 메일을 보내고 수 차례 통화 시도를 했음에도 코스트코 한국 본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좋은 품질을 강조하는 코스트코이기에 소비자들은 그에 마땅한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꼼꼼한 검열과 확인을 통해서 이번 썩지 않는 바나나 같은 사례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