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빈 '있고' 스타벅스 '없는' 디카페인 커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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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빈 '있고' 스타벅스 '없는' 디카페인 커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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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시대착오적' 기준 소비자 선택권 제약…일부 제한적 판매
   
 

[컨슈머타임스 황유미 인턴기자] #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든 주부 정모(서울 관악구)씨는 서울 신촌에서 고등학교 동창 3명을 만났다. 그들은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인근 스타벅스로 이동했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정 씨는 태아의 건강을 고려해 얼마 전부터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해 마시고 있다. 카페인이 철분 흡수를 방해해 태아와 산모에게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평소 자주 가는 카페는 거주지 인근 커피빈이었다.

하지만 스타벅스에는 디카페인 커피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정씨는 수소문 끝에 옆 건물 커피빈으로 발길을 옮겨야만 했다.

정 씨는 "아기를 가진 뒤 디카페인 커피를 찾곤 하는데 시중 카페에서는 잘 팔지 않더라"며 "커피빈에서는 해당 커피를 파는데 다른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팔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 유명 커피전문점 대다수 "디카페인 커피 없다"

스타벅스, 파스쿠찌 등 시중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시대착오적' 규정이 원인이었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디카페인 커피 시장은 최근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 11월에서 2014년 10월까지 디카페인 스틱 원두커피 제품 매출은 약 20억4000만원이었다. 그랬던 매출은 2014년 11월에서 지난해 10월까지 65억9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커피 소비가 늘어나면서 건강을 염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더불어 임신부나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들도 더 적극적으로 디카페인 커피를 찾고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자 선호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파스쿠찌, 투썸플레이스 등 유명 커피전문점에서는 디카페인 커피 음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실제 컨슈머타임스는 강남,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거점 지역에 있는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파스쿠찌,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등 커피전문매장을 방문해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해 봤다.

해당 매장들은 일절 디카페인 커피를 준비해 놓고 있지 않았다.

커피빈 강남에스점, 강남역 먹자골목점, 광화문점, 신촌점 등 일부 매장에서만 소비자 요구에 따라 디카페인 커피를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탐앤탐스의 경우 전국 7개 '탐앤탐스 블랙' 프리미엄 매장에서만 취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A업체 관계자는 "디카페인 커피를 제공하고 싶어도 디카페인 원두 가공 방법에 있어서 화학적 방법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해당 방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해외 매장에서는 디카페인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식약처, 조사 없이 화학적 공법이라는 이유 금지

식약처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는 커피 원두의 추출용제로 물, 주정, 이산화탄소만을 커피 가공 기준으로 적시하고 있다.

커피를 가공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용매를 규정해 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카페인을 제거하는 공법에서도 물과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다른 유기용매 이용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산화탄소나 물을 이용한 공법은 유기용매를 이용하는 방법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점이다.

디카페인 커피를 제공하고 있는 커피빈의 교육개발팀 장영 부장은 "유기용매를 사용하는 방법 보다 물을 이용하는 방법은 20% 정도 비싼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편의 차원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염화메틸과 에틸아세테이트 등 유기용매를 사용하는 화학적 방식을 채택하는 사례가 상당했다.

해당 방식은 1985년 미국 FDA로부터 이미 안정성을 확인했을 정도로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기용매의 독성은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만 해도 나온다"며 "이산화탄소나 물을 이용한 (카페인제거) 방법도 있는데 굳이 유기용매를 쓸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화학적 유기용매'라는 단편적인 이유로 해당 공법을 금지하고 있는 일종의 '촌극'이라는 지적이다.

인하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 이은희 교수는 "외국은 허용하는 방식을 못하게 하는 것은 바꿔 말해 깐깐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일 수 있다"며 "화학적 용매라고 해서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자체적 실험과 행정적 노력이 병행된 후 고시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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