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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가장 가격 많이 오른 '국민식품'은 껌…400% 급등
[컨슈머타임스 김은주 기자] 강산도 변하게 한다는 10년의 세월이 2번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 식음료 업계를 대표하는 '국민 먹거리'의 가격도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식음료 업체 7곳의 대표상품 11가지의 가격 변동 추이를 조사한 결과 롯데제과의 쥬시후레쉬 껌이 지난 20년간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상품으로 조사됐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맥주는 가격이 가장 적게 오른 상품으로 집계됐다.
지난 1972년 출시된 우리나라 1세대 껌인 롯데제과 쥬시후레쉬의 권장소비자가격은 1995년 200원에서 현재 1000원으로 400%나 올랐다.
그사이 중량이 14g에서 26g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아주 싼 값을 일컬어 쓰던 '껌값'이란 표현은 요즘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게 된 셈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껌 원료는 100% 수입인데 그 동안 원료비와 인건비가 워낙 많이 올랐다"며 "포장 중량도 과거와 달라져 g당 가격으로 본다면 가격 상승률은 169%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1983년 출시된 '장수스낵' 롯데제과 빼빼로의 가격은 이 기간 300원에서 1200원으로 가격이 300% 급등했다.
또 다른 '국민간식' 농심 새우깡은 같은 기간 300원에서 1100원으로 267% 올랐다.
이같은 가격 상승률은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간 식료품 가격, 공공요금 등을 반영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총 81.2% 뛰었다. 식료품 부문(음료·주류 제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6.6%였다.
이들 '국민간식'의 가격 상승률은 대중교통 요금과 짜장면 가격 상승률도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350원에서 1150원(현금 기준)으로 229% 올랐고 짜장면 평균 가격은 2200원에서 4500원으로 105% 오르는 데 그쳤다.
이들 제품만 놓고 본다면 가격을 올릴 때마다 공공요금이나 외식비에 비하면 인상 폭이 적다고 항변하던 식품업계의 볼멘소리가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풀이된다.
출시 이후 국내에서만 6억개 넘게 팔린 오리온 초코파이의 1상자(12개입) 가격은 1996년 1800원에서 현재 4800원으로 167% 올랐다. 개당 가격은 150원에서 400원이 됐다.
라면 대표주자 농심 신라면은 한 봉지 300원에서 780원으로 160% 올랐다.
남양유업 우유(200ml 기준)는 300원에서 730원으로 143% 올랐고 동원 참치는 1990년대 후반 1100원에서 현재 2380원으로 116% 올랐다.
반면 주류 등 일부 상품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슷하거나 못 미치는 정도의 가격 상승만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하이트 맥주 가격(500ml∙출고가 기준)은 1995년 887.18원에서 1079.62원으로 21.7% 상승에 그쳤다. 참이슬 소주 가격(360ml∙출고가 기준)은 1998년 510원에서 현재 961.7원으로 88.6% 올랐다.
하이트 맥주의 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 주세율 변동에 따라 2006년에는 가격을 6% 인하하기도 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허가사항이 아니고 신고사항이지만 주류는 정부 통제를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서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특히 소주는 서민 물가와 직결된다는 인식 때문에 가격 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 가격(65ml 기준)은 100원에서 170원으로 70% 올렸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지금은 야쿠르트 종류가 다양하지만 5년, 10년 전만 하더라도 야쿠르트는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식품이었다"며 "아이와 어른이 많이 먹는 국민식품이라 가격을 적극적으로 올리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오리온 포카칩 가격은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 올랐다. 가격 상승폭이 비교적 작은 것은 초기 가격이 다른 스낵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과 롯데칠성음료는 각사 대표상품인 스팸·다시다와 칠성사이다의 가격 변동 추이 자료 요청에 대해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오지영 팀장은 "업체가 가격을 인상할 때는 보통 원재료 가격을 이유로 삼는데 막상 원재료값이 떨어져도 오히려 인건비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이 업체들의 가격 책정을 신뢰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