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성수 기자] KDB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재통합하면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여력이 대폭 축소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 기관이 통합하면 산은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BIS비율은 약 1.2∼1.5%포인트 떨어져 13%대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이 정도의 BIS비율 하락은 산은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업감독규정상 BIS비율 하한선은 8%,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지표상 BIS비율 만점 기준은 10%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BIS비율 산출 기준인 기본자본(Tier1)이 큰 폭으로 하락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은과 정금공의 연결재무제표상 자기자본은 26조4000억원인데, 산은과 통합하면 이 수치는 19조6000억원으로 6조8000억원 감소한다.
BIS비율 10%까지 여신을 실행한다고 가정하면 통합 전후 기업에 대한 추가 자금공급 여력은 78조9000억원에서 49조8000억원으로 29조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금공급 여력 감소로 신규고용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일자리 창출효과 계량화모형에 따르면 신규정책자금 10억원 투입시 3.15명의 신규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이 방식대로 계산하면 자금 공급 여력이 29조1천억원 감소할 경우 약 9만2천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사라진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합기관의 BIS비율 하락은 단순히 기관의 건전성 지표 하락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목표 달성에도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산은과 정금공이 통합하면 중소기업이 많이 이용하는 온렌딩대출이 사라질 수 있다고 염려한다.
온렌딩대출은 정금공이 시중은행을 통해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간접대출 지원방식으로, 시중은행 대출보다 저금리에 만기도 길다.
정금공이 출범 이후 실행한 온렌딩대출은 16조6000억원으로, 대출을 받은 기업은 1만1000여곳에 달한다.
한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무역보험을 일원화하려던 작업은 대내외의 거센 반발 때문에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정책금융 태스크포스(TF)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고 대한상공회의소마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활동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며 무역보험을 수출입은행으로 단일화하는 방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책 금융 개편의 혜택을 받아야 할 경제계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 만큼 수은에 무게를 실어주는 개편을 정부가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TF 관계자는 "수은으로 무역보험 일원화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견해가 많다"면서 "수은과 무역보험공사는 그대로 두자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