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리銀·증권·카드 계열사 일괄매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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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리銀·증권·카드 계열사 일괄매각 추진
  • 정진영 기자 jin@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6월 20일 0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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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정진영 기자] 우리은행이 증권, 카드, 보험 계열사와 일괄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새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관련 업계 수위 자리까지 바뀔 수 있어 금융권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우리금융에서 대구은행과 경남은행을 우선 분리 매각한 뒤 우리은행과 나머지 계열사를 일괄 매각한다는 방안을 내주 발표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날 "우리은행만 팔 경우 제값을 받기 어려워서 시너지가 나는 계열사들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보고 있다"며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그 자체로 좋은 매물이지만 우리은행 매각을 쉽게 하기 위해 묶어 파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계열사를 한꺼번에 인수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는 KB금융지주가 꼽히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티스톤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도 거론되고 있으나 현실성이 높지 않다.

KB금융지주가 우리은행을 인수해 합병하면 단숨에 국내 최대 은행으로 등장하게 된다. '메가뱅크'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직원 수만 3만1천74명에 점포가 2천181개에 달한다. 현재, 자산 기준으로 하나·외환은행이 1위고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순이다.

KB금융지주가 인수하더라도 당장 메가뱅크가 될 확률은 높지 않다. 인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처럼 당분간 '투뱅크 시스템'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한 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최대 은행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카드업계도 우리금융 민영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는 신한카드가 업계 1위지만 우리은행의 일괄 매각으로 국민카드와 우리카드가 합쳐지면 1위 자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카드는 시장 점유율 10% 중후반대로, 신한카드의 20% 수준에 못 미친다. 하지만 우리카드가 올해 우리은행에서 분사해 급속히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국민카드와 우리카드가 합병하면 카드업계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 최고 관심사가 KB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여부"라며 "국민카드와 우리카드가 합쳐지면 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신한카드와 경쟁 구도를 형성, 피 말리는 영업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산업은행에 속한 대우증권만큼이나 매력적인 매물이어서 어떤 금융사가 인수하더라도 증권업계에서 비중 있는 자리로 무혈입성하게 될 전망이다.

증권사 중에 입지가 약한 KB투자증권을 보유한 KB금융지주나 다른 금융사로서는 탐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아비바생명도 어떤 주인을 찾느냐에 따라 생명보험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줄 수 있다.

이 생보사는 업계 중하위권이지만 또 다른 보험사와 합병될 경우 중상위권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의 KB생명과 합쳐질 경우 중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 다른 금융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해 보험을 신한생명 등에 분리 매각한다면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의 빅3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로 매물로 나오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놓고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전북은행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자산 31조여원의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전북은행도 외국계 시중은행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만큼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방은행으로서 시중은행만큼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전북은행은 이들 은행의 매각 시 지역 정서 등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금융위원회는 최고가격 우선 원칙에 따라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거대 국내 금융사 또는 사모펀드가 입질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매각은 지역 정서 등을 감안할 경우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해 문제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일단 가격을 중시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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