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카이 '다이렉트', '줄 없는' 번지점프, '엎드려 떡 먹기' 죽고 싶은(?) 방법을 선택하세요."
설정 한번 기막히다. '자살'을 도와준다는 사이트 운영자 겸 대표인 '안락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단번에' '확실한' 죽음을 선사하는 탓에 '자살업계'에선 유명 인물이다. '자살'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쓰는 것도 모자라 자살을 도와 이득을 창출한다니 신선함을 넘어 섬뜩하다.
등장인물은 간단하다. 안락사 앞에 어느 날 음습한 여자 '마돈나'가 찾아온다. 동반 자살할 친구라며 '바보레옹'을 꼬리처럼 달고 왔다. 그런데 마돈나와 바보레옹 어딘가 좀 이상하다. 죽으러 온 사람들이 "배가 고프다"며 밥상을 차리고 죽으려는 이유는 잘 설명하지 못한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대학로를 필두로 신도림, 부산, 청주, 대구 등 전국 7곳에서 동시에 공연 중인 블랙코메디다. 소극장 공연으로는 눈에 띄게 대박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벌써 동원한 관객수만 50만명이 넘는다.
![]() |
||
공연예매사이트 옥션에서 당일, 주간, 월간 연극예매순위 1위를 '올킬'하고 있을 정도다. '개그'를 내세우고 있지만 숨겨진 내공이 없으면 달성하기 힘든 호응이다.
이 연극의 웃음포인트는 단지 우울해서 자살할 요량으로 안락사를 찾아왔다고 주장하나 '먹고 죽은 귀신의 때깔'을 운운하는 등 다른 의도를 숨긴 듯한 마돈나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자살을 마치 성스러운 의식인 것인 냥 포장하며 그의 자살을 압박하는 안락사의 현란한 말솜씨가 양념이 된다.
등장인물들의 흥미롭고 속사포 같은 대사들에는 '젊은 느낌'의 웃음폭탄들이 가득하다. 여기에 백미는 안락사가 자살상품들을 소개하며 마돈나와 객석을 휘젓고 다니는 순간이다. 여성 관객을 지목한 후 '프리허그'라는 자살상품이라며 포옹을 유도하는 '흑심'은 절묘하다.
![]() |
||
갖다 붙이는 자살상품명도 그럴싸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커플 관객 사이에 배우를 앉혀두고 '샴싸대기'라는 상품이라며 관객이 배우의 양쪽 뺨을 때리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난처해 하면서도 배우의 뺨을 때리는 관객의 반응이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배꼽 빼는 웃음 저변에는 죽음의 상품화와 이익을 위해 타인의 죽음을 방조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정교하게 깔려있다. 여기에 막판 반전과 엔딩은 이 연극이 그저 관객을 웃기기 위해 말장난만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닌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다만 극 중간중간 들리는 비속어나 과장된 몸개그는 살짝 인상이 찌푸려진다. 젊은이들에겐 웃음과 공감대를 살 수 있으나 학생이나 가족끼리 보기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오픈런으로 이어지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대학로 '삼형제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