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최근 잇단 점포 폐쇄로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소외시킨다고 외면받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점포를 운영하는 이른바 '공동 디지털 브랜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접근성에 애로를 겪는 취약계층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향후 공동 점포가 확대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공동 디지털 브랜치는 각 은행들이 한 점포에 입점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다양한 은행들의 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은행권은 공동 디지털 브랜치가 폐쇄 절차를 밟는 일반 점포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점차 확대해 나갈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5일 은행권은 각 은행들의 업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공동 디지털 브랜치 설치를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참여하며, 공동 브랜치 설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공동 브랜치는 각 은행들이 스마트텔러머신(STM) 및 화상디지털데스크(ITM) 등 디지털 기기를 설치하고 고객들은 이 기기를 통해 은행 직원과 화상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또 퇴직 직원을 공동 영업점에 배치해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공동 디지털 브랜치 추진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은행의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며 점포 폐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 흐름에 따라 대면 창구가 축소되면서 발생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은행권은 비대면 거래가 주를 이루며 비용과 인력 감축을 이유로 점포 수를 빠르게 줄이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2014년 말 7557곳이었던 은행점포 수는 10년이 지난 2024년 5792곳으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은행의 총임직원 숫자도 13만 5281명에서 11만 3882명으로 감소했다.
은행권은 급격하게 줄고 있는 일반 점포를 공동 디지털 브랜치가 대체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디지털 기기는 일반 점포와 비교해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을 축소할 수 있다.
이에 은행들은 공동 디지털 브랜치 확대를 위해 새 정부에 일반 점포의 대체제로 인정해 달라는 내용의 유인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설 예정이다. 무인 점포가 일반 점포를 대체하기까지 상당한 소요 시간과 기존 점포 폐쇄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비대면 점포의 확대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은행권은 또한 디지털 브랜치에 제3자가 은행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은행 대리업과 연계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정부도 추진 중인 사안으로, 우체국 등이 기본적인 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 대리업을 확대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 개정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우체국 점포를 은행 업무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지는 이미 한참 전이지만 은행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또 우체국과 은행 간 점포 위치 등 조율해야할 사항이 많다. 금융사고 발생시 책임 소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이에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하반기 중 은행 대리업도입 세부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도 은행 영업점의 수를 현행처럼 유지하기어려운게 현실이라 각 은행들이 대형 점포 형태로 대면 채널을 운영하고, 이에 대한 보완적인 대면 채널의 방접 중 하나인 디지털 공동 점포 형태가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대리업 역시 대면 점포 폐쇄로 인한 또 다른 대체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며 "은행 대리업 도입으로 대면 거래 접근성 제고와 소비자 피해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