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온 티몬의 새 주인이 됐다. 티몬은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소비자·판매자 신뢰를 모두 잃은 상황이다.
무너져내린 티몬을 품에 안은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외연 확장과 더불어 플랫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정준영 법원장)는 지난 23일 티몬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강제인가를 결정했다.
강제인가란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의 회생계획안이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법원이 일정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회생계획을 승인하는 제도다.
실제로 앞서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의 100%, 상거래 채권 회생권자의 43.48%, 일반 회생채권자 조의 82.16%가 회생계획안에 동의하면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됐다. 회생계획안 가결을 위해서는 회생담보권자 조에서 4분의 3 이상, 회생채권자 조에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것이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근로자 및 기타 모든 이해관계인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부결된 회생계획안의 내용대로 상거래채권(중소상공인 및 소비자) 회생채권자를 위해 권리보호조항을 정해 강제인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티몬의 관리인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부결되기는 했지만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점 △회생채권자 의결권 총액의 절반 이상(59.47%)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 △회생계획 인가 전 성사된 M&A를 통해 인수대금이 모두 납입, 회생계획안 수행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어 근로자 고용보장에도 도움이 되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번 인가로 티몬은 지난해 9월 회생절차 개시 이후 약 9개월 만에 회생안을 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인받게 됐다.
오아시스는 인수대금 116억원 가운데 102억원은 회생채권 변제에 사용한다. 여기에 미지급 임금 등 65억원까지 부담하면서 실질 인수금은 181억원에 달한다. 전체 회생채권 1조2083억원 대비 변제율은 0.76% 수준이다.
오아시스는 티몬을 인수하되 브랜드는 유지·재건하기로 했다. 티몬이 보유한 약 2800만명의 가입자와 오픈마켓 셀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존 새벽배송 서비스와 시너지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티몬의 강점이었던 기존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다시 활성화하고, 티몬만의 특색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핵심인 빠른 배송 서비스를 결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탑재할 예정이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업계 최저 수수료와 구매확정 후 익일 정산시스템을 즉시 도입해 기존에 피해를 입은 셀러들을 지원하겠다"며 "또 임직원 급여와 회사 운영비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재원을 투입하고 직원 고용안정과 회사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티몬의 정확한 리오프닝 시점과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정산을 받지 못한 판매자와 기타 채권자들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은 법원의 강제인가 결정에 대해서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신정권 검은우산 비대위(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사태 발생 후 1년이 다 돼가는데도 어떠한 피해구제도 받지 못하고 기존 경영진의 진심어린 사과조차 받은 적 없는 피해자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1%도 반영되지 않은 변제율"이라고 토로했다.
신 위원장은 "이는 피해금액의 일주일치 대출이자만도 못한 금액이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번 회생 결정으로 당장 2차, 3차 연쇄 도산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단순 대출로 끝내지 않고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 예산을 투입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 경제에 추가적인 도산이나 파산이 이뤄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아시스 측은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 분들도 계시기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인수가 확정된 이상 앞으로 티몬의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티몬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너진 셀러 생태계와 소비자 접점을 복원하는 것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원 수 확대나 외형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셀러와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얻는 일"이라며 "'티몬'이라는 브랜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보상과 재발 방지 노력이 병행돼야 하고, 이를 통해 오아시스가 신뢰할 수 있는 운영 주체임을 시장에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