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우진 기자 |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안병길, 이하 '해진공')는 지난 6월 13일 발발한 이스라엘-이란 무력충돌로 인한 글로벌 해상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해상공급망기획단을 중심으로 한 긴급대응 체계를 가동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충돌은 이스라엘이 200대 이상의 전투기와 330여 발의 폭탄을 동원해 이란의 핵시설, 핵무기 과학자, 군사지휘부 등 100여 개 시설을 집중 타격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이란이 150여 발 미사일과 100여 기 드론으로 보복하면서 양국 간 전면전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에너지 시설에 집중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이란 전체 가스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에서 일일 1,200만 입방미터 생산이 중단됐고 테헤란 북부 샤흐란 석유저장소에서는 6,500만 리터의 연료가 손실됐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11%, 해상 원유 수출의 34%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의 생명선이다. 일평균 144척(탱커선 37%, 컨테이너선 17%, 벌크선 13%)이 통항하는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하루 1,800~2,000만 배럴의 원유 운송이 중단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63%를 중동지역(사우디, UAE, 쿠웨이트, 이라크)에 의존하고 있어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LNG 역시 카타르·UAE 등 중동 의존도가 30% 이상으로 에너지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충돌로 인해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후티 반군의 공격이 다시 격화되면서 홍해-수에즈 운하 항로의 위험도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희망봉 우회 항로가 장기간 고착화되면서 해상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분석에 따르면 현재 10% 이상의 실질적 선복 감소 효과가 발생하고 있으며 성수기와 겹치면서 원양노선(아시아-유럽·미주) 운임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선복 부족으로 인한 주요 항만 대기시간 증가, 하역 지연, 환적 연쇄 차질 등 병목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충돌 발생 직후 글로벌 해운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69.4달러에서 74.2달러로 6.9% 급등했고 중동-중국 항로 운임은 23.5% 상승했다. 초대형 유조선 용선료는 47.1% 폭등해 22,764달러에서 33,489달러를 기록했다.
페르시아만 체류 선박 대상 해상보험료 또한 인상이 예상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번 위기에 대응해 다음과 같은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실시간 안전운항 및 운임 모니터링 체계 강화) △해상 위험도 및 항로 리스크 변동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 △아시아-유럽, 아시아-미주 등 주요 항로별 컨테이너 운임 변동 실시간 추적 △운임 급등 임계점 도달 시 관련 업계 및 정부 부처 즉시 통보하는 조기경보 체계 가동 △주요 환적 항만의 대기시간 및 선복 가용성 정보 실시간 업데이트 △국적선사 및 물류기업과의 실시간 정보공유 체계를 구축한다.
(공급망 다변화 전략 추진) △ 중동산 원유 및 LNG 수입 의존도 완화를 위한 대체 수입항로 연구 착수 △ 해운항만 인프라 연계 타당성 조사 실시 △ 인도 서안 항만 등 새로운 중계 허브 활용방안을 검토한다.
(민관협력 강화) △ 국적선사 및 물류기업과의 협의체 운영 △ 정책 대응방안 공동 도출 △ 긴급물류비용 지원 예산 및 공급망 안정기금 활용을 협의한다.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상공급망기획단장은 "이번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해상공급망의 구조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 안정과 해상물류 차질 최소화를 위한 모든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홍해 리스크 재확산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 대체 항로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추가 대응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관련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