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상장 철회 후 8개월 만에 재도전에 나선 것이다.
케이뱅크가 사실상 마지막 IPO에서 실적 부진과 업비트 이슈를 딛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9일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 제안서(RFP)를 발송했다.
이후 다음 달 중 주관사단을 선정하고,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9월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뒤 상장에 돌입했으나, 이듬해 2월 투자시심리 위축 등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상장을 목표로 한 두 번째 IPO에선 수요 예측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자 상장 철회에 나섰다.
당시 IPO 준비 과정에서 희망 공모가 밴드는 주당 9500~1만2000원으로 설정됐으나, 수요예측 결과 시가총액이 약 3조5000억원에 그치며 목표치를 한참 밑돌았다.
케이뱅크의 이번 IPO는 세 번째로,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대주주인 BC카드가 재무적투자자(FI)들과 맺는 계약상 의무 이행을 위해 내년 7월까지 IPO를 완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IPO 실패 시 BC카드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2021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JS프라이빗에쿼티 등 FI들로부터 725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과정에서 IPO를 조건으로 하는 동반매각·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과 풋옵션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BC카드는 FI들과 함께 보유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콜옵션을 행사해 FI의 지분을 도로 사들여야 한다.
케이뱅크가 이번 IPO를 추진하기 위해선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 2021년 흑자 전환 이후 4년 연속 흑자를 내며 지난해 당기순이익 1281억원이라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급감하며 161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케이뱅크의 이같은 실적 부진은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가 강한 경향 탓이다.
케이뱅크는 2020년부터 업비트와 제휴 관계를 맺어왔는데, 지난해 7월 투자자에게 이자수익을 돌려주도록 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업비트의 이용료율이 연 0.1%에서 2.1%로 오르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확대됐다.
케이뱅크의 올 1분기 수신 잔액 27조8000억원 중 업비트 예치금이 5조3600억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업비트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는 두 번째 IPO에서 고배를 마시게 한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실적 개선과 업비트 의존도를 줄이는 게 이번 IPO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케이뱅크는 최근 기업대출로 눈을 돌려 수익성 개선을 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오고 있어서다. 이에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상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출시, 오는 2027년까지 100% 비대면 법인대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상품의 대출 잔액은 지난달 기준 2000억원을 돌파했다.
뿐만 아니라 신용대출과 보증서대출 등 기업 대상 금융상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기업금융 확대 전략을 통해 인터넷은행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고금리 적금도 정기적으로 출시해 고객 유입을 지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IPO에서 흥행하려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강점을 살려야 할 것"이라며 "1거래소-1은행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업비트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게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