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상당한 수준서 철수 준비 마쳐…전반적으로 철수 가능성↑"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한국GM이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의 일부 시설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철수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생산량을 늘리며 철수설을 불식시키려는 듯한 행보를 보였던 한국GM은 노조와의 협의 없이 자산 정리에 나서면서 '이번에는 진짜 철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달 28일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전국 9개 제너럴모터스(GM) 직영 서비스센터를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인천 부평공장의 유휴 부지와 활용도가 낮은 시설, 토지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전 임직원에게 공지했다.
이번 발표는 임금 및 단체 협상 상견례가 이뤄지기 전 노조에 별다른 공지 없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GM 노조는 '선전포고이자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정비센터 매각은 곧 내수 포기와 다름없다"며 "7000여 조합원에게 싸움을 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GM은 최근 생산 물량을 늘리며 철수설을 일축하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일에는 인천 부평공장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앙코르 GX △엔비스타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약 1만대의 생산 물량을 추가 배정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4월에도 2만1000대를 증산해 부평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기존 20만8000대에서 24만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회사 주요 임원들도 줄곧 철수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구스타보 콜로시 한국GM 부사장은 지난 4월 16일 "철수설은 루머"라며 "앞으로도 제품 라인업을 계속 출시하고, 이미 수립한 한국 내 전략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도 "절대 철수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매각 협의 대상인 시설은 생산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GM은 산업은행과의 협약에 따라 2027년까지 부평·창원공장을 유지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서비스센터와 공장 자산을 동시에 정리하는 이번 조치는 그동안 회사 측이 보인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특히 노조와 협의 없이 자산 매각을 통보한 점은 과거 철수를 앞두고 보였던 방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GM은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 등에서의 철수 당시에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자산을 정리하고 노조와의 협의를 생략한 뒤 철수를 공식화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GM의 공장 자산 정리와 서비스 인프라 축소가 '철수를 위한 정리 수순'이라고 봤다.
김필수 교수는 "한국GM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서 철수 준비를 마쳤다고 본다"며 "GM은 과거에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철수를 결정해온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GM 철수설의 배경에는 내수와 수출 양측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고 봤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GM은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 저하 등으로 판매량이 미미하며 전체 생산량의 84% 이상을 북미에 수출하고 있어 내수시장 확대 가능성이 낮다. 그만큼 국내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유인이 적은 구조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 고율 관세 정책으로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 지난 4월 기준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감소했다.
김 교수는 "내연기관 차량만 생산하고 있는 한국GM 공장은 GM 본사 입장에서 대체 가능한 위치로 다른 지역 공장으로 생산 이전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평2공장은 이미 생산이 중단됐고 이번 매각은 남은 자산 정리를 통한 효율화 조치"라며 "설령 철수를 하더라도 절차적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은 하나하나 단계를 밟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당분간은 수리와 A/S 등 기본 서비스 유지를 위해 일부 센터는 남겨두겠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철수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철수설을 뒷받침하는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교수는 "서비스센터는 국내에 제품을 런칭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신경써야 하는 영역으로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인프라"라며 "그런데도 '철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서비스센터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소비자의 의구심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국GM의 행보에 대한 정부와 노조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는 GM 본사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그 가족까지 포함해 70만~80만 명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부지 정리로 생산 규모가 축소되거나 신규 채용이 늦어질 경우 국내 고용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은 조선업보다 3배 더 큰 경제 파급력을 가진 산업"이라며 "정부는 세제 혜택 등을 통해 한국이 생산기지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강조하고, 노조도 현대차를 기준 삼아 '스탠다드 임금'만을 고집하기보다 글로벌 본사의 시각과 국내 산업 생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